한구석 자리 잡은 편지박스에서 오랜 세월 동안 정리를 하지 않아 삐죽삐죽 튀어나온 편지와 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상자를 열자마자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편지와 카드들… 하나하나 읽다 보니 몇 년 전 암에 걸려 투병 중에 딸들이 보내온 힘내라는 카드, 친구들의 염려 카드와 주위 지인 분들께서 보내주신 위로의 편지가 보였다. 그때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 잘 몰랐는데 다시 보니 애타는 마음으로 염려하고, 진심으로 위로하는 글귀를 읽으며 한편으로 죄송하고 나 자신만 생각했었던 것 같아 송구스러웠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속상하고 화도 나서 병문안 와서 하는 위로의 말 한마디가 오히려 가시가 되어 더 고통스러워했었고, 가족과 헤어질 수 있겠구나! 하는 죽음의 두려움과 온몸에 느껴지는 무서운 통증과 싸웠었다. 정신적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스스로 이기적인 핑계를 대며 카드에 담긴 진심을 몰랐던 것 같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많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아픈 만큼 가족들의 가슴은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심정이었을까…
아파하는 나를 보며 뒤돌아 흘린 눈물이 무거운 눈물이라는 걸 이제야 뼈저리게 느끼며 사죄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때는 질병과 싸운다는 뜻의 ‘투병’이라 생각했기에 그 과정 자체가 고통스럽고 때론 절망에 빠지기도 했는데 어차피 지나야 할 여정이라 생각했다면 즐기지는 못하더라도 좀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야 돌이켜보니 친절한 간호사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에게 그저 소풍 온다고 생각하라 했고 가족들은 주사 맞는 동안에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농담도 주고받으며 다른 방에 홀로 쓸쓸히 치료하는 환자들한테 간식을 나누어주며 애를 썼기에 마지막 주사 맞는 날엔 그 동안 딸들의 작은 관심이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는 인사를 받았는데 왜 그때 잃었던 건강보다 더 많은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떨어져 본 사람만이 어디로 올라가야 하는지 그 방향을 알고, 추락해본 사람만이 다시 튀어 올라가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듯이 아프고 나니 괴롭고 힘들었지만 나를 지탱하게 하는 가장 소중한 가족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치는 계기가 되었기에 예전보다 지금의 삶이 더 건강해진 것을 느낀다. 행복과 만족의 정도는 자기 상황을, 세상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수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듯이 이제라도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지 생각하며 열린 마음으로 주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 아픈 과거가 있었기에 현재의 삶이 더 다양해지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 걸 전하고 싶다. 이 모든 것이 생각하기 나름인 것을...
<고영희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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