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많이 풀렸지만 아직도 이른 아침에는 자동차의 창문이 하얗게 얼고 일찌감치 서두르던 앵두 꽃 봉우리는 아침 저녁 추위와 찬바람에 주춤거리며 꽃피울 때를 엿보는가 하면 뒷뜰의 매화꽃은 신기하게도 그 모진 찬바람과 맞짱을 뜨겠다며 아직도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 사계(四界)의 사계(四季)가 말없이 주고 있는 자연의 절대 앞에서는 인간은 사뭇 만개를 준비하고 있는 저 앵두꽃 작은 봉우리만큼도 못한 부끄러움을 남 몰래 느낀다.
요즘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미투라는 고해성사가 넘쳐 나서 때로는 어느 연예인의 과거사 기사가 한국의 운명을 가를 정치사보다 연일 뜨겁게 회자되고 “형광등 백개의 아우라”라는 전 대통령과 “도덕적 결점 없이 출범” 했다는 전전 대통령의 처자식과 친족들의 패악적인 부정부패의 기사와 사설을 접수하고 패럴 올림픽에서 코끝이 찡하는 인간 승리의 소식마저 블랙홀처럼 삼켜 버리고 있다.
아무려나 신문의 이런 저런 소식들은 독자들의 입맛대로 훌륭한 술안주가 되고 때로는 편 가르기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그러한 굵은 소식, 가늘기도 하고 꽉 차기도 하고, 빈 것 같은 기사 중에 내 눈을 의심케 하는 기사와 사진을 보는 순간 대주(大酒)를 불사한 이튿날 새벽의 갈증과 도끼로 머리를 패는 고통을 느꼈다. 기사 왈 “김정은 참수 작전 촉구 손주찬 강사 초청 자유 연맹 시국 강연회” 한미자유연맹? 아무리 세상은 자유라고 하지만 진정한 자유를 파괴시키는 경거망동의 자유도 자유라고 자신할 수가 있는가?
한미자유연맹에는 안됐지만 미국이 그토록 부르짖는 자유(Freedom)의 한 예를 들어보자. 미국의 겨드랑이에서 붙어사는 이스라엘이 말하는 정의와 곁들인 자유는 한마디로 살육과 파괴의 그들만의 자유다. 비행기라고는 헬리콥터 한대뿐이 없는 팔레스타인을 빼앗은 그들의 땅에 장벽을 세워 집을 지어 팔아먹고 탱크와 미사일 공격으로 노약자와 배고픈 어린이들을 지금도 죽이고 있다. 한미자유연맹이 한국보다 더 사랑하고 있는 미국은 미국에 대하여 아무런 죄도 없는 인류문명의 유구한 발상지인 바람과 모래뿐인 나라에 침공해서 찬란한 인류 문명의 보물과 발자취를 모조리 없애버리고 심지어는 삼대(아버지, 아들들, 손자. 사담 후세인 가족)를 멸한 평화를 위한다는 자유는 도대체 무슨 자유인가. 지금도 진행 중인 자유를 위한 전쟁에서 미국은 자유를 가지고 왔나?
예를 드는 것이 좀 빗나갔지만 김홍도 금란교회 목사의 길이길이 남을 자유스러운 설교를 잠시 들어보자 “십일조 안하면 암에 걸린다.” “남북정상회담 못하게 기도하자.” 김정은 참수작전을 학수고대하는 한미자유연맹이 좋아할 기도도 있다 “공산당 이북 놈들 모가지를 뎅겅 뎅겅 잘라 주소서.” 타인을 증오하는 것도 자유라면 북한이 미국을 향해 핵폭탄을 발사하는 것도 자유가 되지 않겠는가? 악마는 김정은 참수를 원하는 사람들과 한미자유연맹 속에 있지 않는가?
한반도 전쟁 일보 직전에 동계 올림픽을 탯줄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마련되는 틈새로 수서양단(首鼠兩端:구멍에서 머리를 내밀고 나갈까 말까 망설이는 쥐)의 서생원처럼 상대방의 목을 치라고 남의 나라 지도자에게 개 이겨 발려야 하나? 정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바꾸어서 목포, 부산에서 서울을 지나고 평양을 거쳐 신의주까지 고향 나들이를 하고 함흥을 지나 단천 청진까지 “고래잡이 완행열차”와 특급열차가 달리고 삼성과 현대가 공장을 세워 경제적으로 서로 도움이 되는 가느다란 실마리를 “타는 목마름”으로, 그 모진 압박 속에서 울면서 울면서 우리 모두 그 얼마나 기다렸나!
냉전이 끝나고 또다시 전쟁 위기라는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언 땅을 비집고 솟아나는 통일을 향하는 평화의 꽃 몽우리에 송곳을 찌르는 무산지수(無算之壽)들의 철없는 못나고 부끄러운 “짓”거리들이 찬란한 이 봄을 더럽힐까 걱정이다. 한미자유연맹 빼고 목포 부산에서 신의주 나진 완행열차 표를 끊고 대합실에서 기다리는 꿈을 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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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 락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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