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선 샌프란시스코
얼마 전 산타로사에서 열린 올리비아 뉴턴 존의 공연을 다녀왔다. 여자가 봐도 매력 철철 넘치는 깜찍한 외모와 카랑카랑한 목소리, 젊은 시절의 많은 추억을 담고 있는 노래들 때문에 그녀를 가까이서 본다는 것 자체로 흥분되고 들떠 있었다.
좋아하는 노래들을 따라 불러보기도 하고 추억에 잠겨보는 좋은 시간이었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예전과 같지 않아 안타깝기도 하고 2시간여의 공연이 다소 힘겨워 보여,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70이 다 되어가는 그녀에게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던 것일까?
그녀의 공연을 보며 나이 들어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마냥 안타깝고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니며, 젊음의 뒤 그늘에 묻히는 덧없는 시간이기만은 아닐 것이다. 100세 시대를 가정하면 나는 중간쯤 살아왔다. 이만큼 나이를 먹으니, 젊을 때는 결코 가질 수 없었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됐다. 물론 남은 반평생을 살면서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하겠지만 말이다.
주위의 어르신들을 보면 본받고 싶어지는 분들이 있다. 나이에 어울리게 행동하지만 절대 나이를 앞세워 대접 받으려 하지 않고, 인격에서 묻어나오는 지혜와 따뜻한 성품으로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분들이다. 삶을 성실하고 활기차게 살아가며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과 진리를 받아들여 주변의 사람들이 기댈 수 있게 자신의 넓은 품을 내어주는 모습에 존경하게 되는 분들이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젊어 보이려고 발버둥 치기보다는 세월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내적인 수양으로 뿜어져 나오는 인간의 향기를 발산하는, 젊은 생각을 하는 노인으로 살아가고 싶다. 육체의 건강과 함께 내면의 아름다운 인간미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함을 깨닫는다.
전성기 시절의 모습은 아니더라도 아직 자신의 노래를 그리워하는 많은 팬을 위해 추억의 시간을 만들어준 열정적인 올리비아 뉴턴 존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건강하게 우리 곁에 오래 남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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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선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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