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일이다. 남들이 써 놓은 글을 읽기는 쉽지만 자기가 글을 쓴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남의 글을 읽을 때는 그 글을 쓴 사람의 고뇌와 노력을 이해하지 못 한다.
수필을 쓴다는 것은 너무나 평범해 보이고 일상적이어서 시나 소설에서 느끼는 그런 독특한 느낌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고, 때로는 다 써 놓은 글을 다 지워버리고 백지장에서 새롭게 출발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런 경험은 글을 써 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 남이 써 놓은 글을 읽을 때는 그 글이 저절로 물 흘러가듯 쓰인 것같이 느껴진다. 좋은 글이면 좋은 글 일수록 그 글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문장이 이어지기 때문에 그 글이 너무나 순조롭고 쉽게 쓰여서 읽는 사람은 그 글을 쓴 사람이 아무런 노력이나 힘들이지 않고 그냥 붓이나 펜을 들고 아니면 요즘은 컴퓨터 자판에 손가락이 가는 대로 따라가면 저절로 이런 글이 쓰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의 경우가 많다.
유양희의 ‘워싱턴 민들레’는 바로 그런 가장 쉽게 쓰인 것 같이 느껴지는 글들을 묶어 놓은 수필집이다. 자기 삶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 때로는 위기처럼 느껴지는 절박한 순간들을 경험하면서 그 경험을 진솔하게 써 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하고 일상적인 경험을 진솔하게 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 글이 평범하고 일상적일수록 그 글을 쓴 사람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스며 있는 법이다. 어려운 과정을 통해서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글이 나온다는 것이 글이 가진 역설이라고 볼 수 있겠다. 유양희의 글은 바로 그러한 과정을 거치고 거쳐서 아우러진 글들이다.
‘수필(隨筆)은 글자 그대로 ‘붓을 따른다’는 뜻이다 붓 가는 대로 쓴 글이 수필이라는 것이다. 언뜻 보면 붓 가는 대로 글을 쓴다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인 것 같다. 그러나 막상 글을 쓰려고 붓대나 펜대나 혹은 컴퓨터 앞에 앉으면 손과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여서 글이 쓰이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 수 있다. 유양희의 글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가는 것이 고뇌의 과정 없이 얻어진 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양희는 글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 자기의 삶이 글이 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좋은 글은 자기의 경험을 글을 통해서 재구성한다. 자기의 경험을 그대로 사진 찍듯이 개괄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이 내면화되고 소화되어서 글의 형태로 다시 나타나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수필은 문학이요 예술이다. 유양희의 ‘워싱턴 민들레’는 바로 이러한 수필의 참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
노영찬<조지메이슨대 종교학 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