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AP=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핵합의 탈퇴와 미 정치인들의 이란에 대한 적대적 발언이 잇따르면서 이란에선 군부를 중심으로 한 보수 강경파의 입지가 강화되는 양상이다.
이란 내 반미·반서방 강경파는 3년 전 서방과 외교적 대화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성사됐을 때 이를 찬성하는 국민 여론에 잠잠했지만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자 다시 전면에 나선 것이다.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윗을 지목하면서 "미국의 협박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후회스러운 답을 얻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트위터에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향해 "절대, 다시는 미국을 협박하지 마라. 역사상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결과로 고통받게 될 것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바게리 참모총장은 "이란은 원유 수송, 세계 경제와 직결된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책임진다"면서 "이란의 국익을 해하는 어떤 공작에도 대응할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세력의 핵심인 준군사조직 바시즈민병대의 골람-호세인 게이브파르바르 총사령관도 23일 "미친 대통령인 트럼프의 반(反)이란 언사(트윗)는 이란과 심리전을 하자는 것"이라며 "그는 이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란 외무부도 23일에 이어 24일에도 미국에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면서 '일전 불사'의 의지를 다지는 성명을 냈다.
바흐람 거세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이 그렇게 나온다면 우리도 같은 수준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은 우리가 호르무즈 해협을 책임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이란군은 23일 전투기에 장착할 수 있는 공대공 유도미사일 대량 생산 시설을 완공했다면서 미사일 실물을 공개하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었다.
핵합의에 호의적이던 이란의 개혁 성향 언론에서도 트럼프 정부가 원색적으로 이란을 적대하자 외교적 노력이나 대화로 갈등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사라졌다.
핵협상 타결의 주역이자 중도·개혁파의 지지를 받는 로하니 대통령마저 미국의 대이란 제재 재개 시점(8월6일)이 다가오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고 시사하는 등 강경파 쪽으로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의 핵협상을 비판하고 의심했던 군부도 최근엔 지지하는 쪽으로 태도가 바뀌었다.
로하니 대통령이 지난 2일 "이란이 (미국의 제재로)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는데 다른 나라는 계속 수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발언한 게 계기가 됐다.
이 발언이 나오자마자 이란 군부는 '이제야 제대로 돌아간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이란 보수파의 핵심인물인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은 3일 "대통령이 이렇게 시의적절하고 현명한 발언을 하다니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바게리 참모총장도 24일 "우리 대통령이 올바르게 지적했듯 이란군의 사정권 안에 있는 미국은 사자의 꼬리를 갖고 놀지 말아야 한다"면서 로하니 대통령을 거들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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