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인 50명 인터뷰한 워싱턴포스트 폭로
▶ 리허설 뒷풀이·레슨실·드레스룸 비일비재
미국 클래식 음악계의 ‘미투(Me Too)’ 운동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리허설이 끝난 뒤 저녁식사에서, 창문도 없는 레슨실에서, 무대의상을 갈아입는 드레스룸에서 음악감독이나 고참 단원으로부터 과거에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성 음악인들의 폭로가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작년 11월부터 6개월에 걸쳐 50명의 음악인을 인터뷰한 결과를 27일 보도하며 거장이 절대적인 권위를 갖고, 위대한 예술인의 잘못된 행동은 기행 정도로 치부되는 클래식 음악계의 분위기가 성폭력이 만연하는 토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WP의 보도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관현악단인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악장(콘서트마스터)인 윌리엄 프레우실(60)이 등장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지니바 바워스는 26살이던 1998년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 근거지를 둔 ‘뉴월드심포니’에서 활동할 때, 같은 악단에 있던 프레우실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저녁 술자리 후 시가를 피우겠다며 호텔 방으로 동행해달라고 요구한 프레우실을 따라갔다가 강제 입맞춤을 당하고 옷이 벗겨질 뻔했다는 것이다. 바워스는 가까스로 방을 탈출했다.
프레우실은 잠시 후 그녀에게 전화해 “우리는 어른”이라며 이 일을 발설하면 그녀의 이름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겠다는 협박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 상임지휘자 다니엘레 가티(57)도 추문에 휩싸였다.
소프라노 알리시아 베르네치는 24세이던 1996년 가티로부터 연습지도를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약속을 잡기 위해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가 봉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베르네치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가티가 자신의 엉덩이를 만지고 강제로 키스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소프라노 잔-미셸 샤르보네도 이보다 4년 뒤 이탈리아에서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공연할 때 가티로부터 비슷한 일을 당했다면서 “그를 밀어내고 방을 달려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티는 “심리적이든 성적이든, 나는 평생 괴롭힘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부인하면서도 “언급된 사실들은 오래전 일어난 것이고, 만약 내가 누군가를 불쾌하게 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오페라 음악계에서 널리 알려진 예술행정가이자 예술인 매니저 베르나르 우잔(73)도 지목됐다. 소프라노 다이앤 알렉산더는 우잔이 1986년 자신을 호텔 엘리베이터 안에서 포옹했다고 말했다. 17년 뒤 우잔의 매니지먼트 회사로 옮기게 된 알렉산더는 1년 정도가 지난 후부터 심야에 우잔으로부터 잠자리 요구를 받는 등 시달렸다고 말했다. 문자메시지를 차단하자 우잔은 그녀의 음악적 능력을 혹평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우잔으로부터 과거에 물리적, 언어적 성추행을 당했다는 증언은 메조소프라노 에린 엘리자베스 스미스, 시시 셰파드, 칼라 디를리코프로부터도 나왔다고 WP는 전했다. 특히 디를리코프는 2011년 사람이 많이 있던 리허설룸에서 우잔이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어 “뭐하는 짓이냐”고 항의했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잔은 “내가 여자들에게 추파를 좀 던졌을 수는 있겠지만, 그녀들의 몸을 더듬거나, 잠자리를 조른 일은 결코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세계적인 지휘자 샤를 뒤투아(81)가 여성 성악가들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오페라 가수 3명과 클래식 연주자 1명이 1985~2010년 사이 뒤투아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또 40년 이상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이끌어 온 세계적인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74)도 1960∼1980년대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뒤 조사 끝에 사실로 드러나 해고 통보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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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들 한방에 날려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