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함무라비’ 라는 드라마를 퍽 인상 깊게 보았다. 초임 여자 판사가 불의를 참지 못하고 행동으로 응징하고 힘없고 가난한 이들의 편에서 판결하고 부당한 상사를 고발하여 미움을 산다. 동료들의 비난과 질시의 눈초리를 참아야 한다. 재벌들의 편에 서지 않고 성추행 당한 여성의 편에선 판결을 오판이라 하여 징계위원에 회부된다.
동료 판사 둘이 징계가 부당하다고 서명운동을 펼친다. 서명운동을 펼치는 젊은 판사의 직속 상관인 부장 판사가 출세를 위해서는 돌출 나는 행동은 자제해야 된다고 만류한다. 젊은 판사는 ‘부장님은 언제가 영광스런 때였습니까. 저는 지금이 가장 영광스런 때 입니다.’ 라고 말하고 밖으로 나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언제가 가장 영광스런 때일까.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은 어디를 가나 자기를 알아보고 팬들이 몰려오는 최고인기의 시절이 가장 영광의 때일 것이다. 사업이 순풍에 돛단 듯 잘 나가 곧 부자가 될 듯한 꿈에 젖어 있을 때,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고 상을 받을 때, 글 쓰는 이가 자기 책을 펴낼 때, 새벽부터 일어나 열심히 일을 하여 자기 집도 장만하고 자식들이 잘 자라 좋은 학교를 나와 안정적인 직장을 가졌을 때가 영광의 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은 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다. 내리막길에서 잘 나가던 시절을 추억하며 살기도 한다. 지금의 삶이 어렵고 슬프고 고달파도 영광스런 날들을 그리며 산다.
우리는 다른 가치의 영광을 추구한 이들을 기억한다. 그들은 용기 있는 이들이었다. 불의와 독재에 항거하여 거리에서 외치던 이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밤새워 독서와 연구에 몰두한 시간, 두려움에 아무도 나서지 않은 뱃길을 개척한 이들, 생명이 위협 받는 오지에서 복음을 전파하고 병자를 돌본 이들 모두 다 영광의 삶을 살다간 이들이다.
꽃들이 아름답게 피었다. 작년에 씨를 받아 두었다가 이른 봄 화분에서 싹이 터 옮겨 심은 것들이다. 영국의 계관시인 윌리엄 워즈워즈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오, 초원의 빛이여 /오, 꽃의 영광이여, /그것이 되 돌아오지 않을 지라도/ 우리는 서러워하지 않으리 /차라리 그 가운데 숨은 /힘을 찾으리.
젊은 날은 어떠한 꿈도 가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영광의 때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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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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