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가정대회 참석차 방문 기간 대면…“피해자들의 말 듣는 게 중요”

프란치스코 교황[A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주말로 예정된 아일랜드 방문 시 성직자에 의한 아동 성학대 피해자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교황청이 21일 밝혔다.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오는 가톨릭 세계가정대회 참석차 25∼26일 아일랜드를 찾는 교황의 일정에 대해 브리핑을 하는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버크 대변인은 교황이 이들과 대면하는 구체적인 시간이나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교황과 피해자들의 면담 내용이 추후 외부로 소개될지는 관례에 따라 피해자들의 의사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버크 대변인은 "피해자들의 말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교황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또한 오는 25일 더블린 대성당에서는 성직자들에 성적으로 학대를 당한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도 따로 할애할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의 이런 행보는 사제들이 과거에 아동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력을 둘러싼 파문이 다시 가톨릭 교회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교황은 최근 미국, 칠레,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성직자에 의한 아동 성폭력 사건이 논란의 중심이 되며 교황청이 이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전날엔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을 상대로 이 문제를 솔직히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이례적인 편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교황은 편지에서 "사제들에게 어린 시절 성적으로 학대를 당한 피해자들의 고통이 오랫동안 방치되고, 묵살됐다"고 인정하며, 이런 일의 재발과 은폐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 성가정대회가 열리는 아일랜드 더블린 시내에 내걸린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교황의 아일랜드 방문 기간에도 과거 성직자가 저지른 아동 성학대 문제는 가톨릭의 여성 차별 관행, 시대착오적인 낙태·동성애 반대 등의 입장과 더불어 집중적인 비판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대 초부터 아동을 상대로 한 과거 성직자들의 성폭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며 몸살을 앓아온 아일랜드는 교황청이 이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고 반발하며 2011년 교황청 주재 아일랜드 대사관을 전격 폐쇄한 바 있다. 이후 2014년에 규모를 훨씬 축소한 대사관을 다시 설치하는 등 최근 몇 년간 교황청과 껄끄러운 관계를 형성해왔다.
아일랜드는 역사적으로 가톨릭 전통이 강한 나라이지만, 지난 5월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를 금지하는 헌법조항을 35년 만에 폐지하는 등 최근 뚜렷한 세속화의 길을 걷고 있다.
교황이 아일랜드를 찾는 것은 197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약 40년 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세계가정대회 참석차 방문하는 아일랜드에서 어린 시절 사제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를 면담하는 것 외에 더블린 크로크 공원 가족콘서트 축제 참석, 더블린 피닉스 파크에서의 대규모 미사 집전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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