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주의회, 중·고교 수업시간 법안 전격 통과
▶ 맞벌이 부부“출근 고려 않는 처사”거센 반발

가주의회가 주내 중·고교의 수업 시작시간을 늦추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남가주 한 고등학교 클래스. [LA타임스]
가주의회가 주내 중·고등학교의 수업 시작 시간을 오전 8시30분 이후로 규정한 SB 328 법안을 지난달 31일 밤 전격적으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가주 내 모든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늦어도 오는 2021년 6월말까지 수업 시작 시간을 조정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찬반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직장이 먼 거리에 있는 한인 등 맞벌이 부부 중 상당수는 “수업시작이 늦춰지면 애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기가 힘들다”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법안”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주 상원과 하원은 노동절 연휴 직전인 지난주 금요일 상원 23대 14, 하원 41대 34로 SB 328을 각각 통과시켰다. 주지사의 서명으로 효력이 발생하면 별도로 정한 교외 지역을 제외한 모든 중·고등학교는 2021년 7월1일 이전까지 수업 시작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
최근 2년여간 의회 내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해당 법안의 목표는 피곤한 10대들이 충분히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나치게 이른 수업 시작 시간 탓에 학생들이 고질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입법 취지였다.
수면 부족이 결과적으로 학습능력 저하, 정신적인 문제 야기, 자동차 사고 증대 등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의견도 법안 통과에 힘을 실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수업 시작 시간을 오전 8시에서 30분만 늦춰도 학생들이 느끼는 행복감이 커지고, 출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LA타임스는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이 자녀를 등교시키고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들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게 됐다며 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찬반논란이 뜨겁다고 전했다.
당장 의회 내에서도 우려가 커져 전직 교사 출신인 샤론 퀵 실바(민주·플러턴) 의원은 “이론 및 연구결과는 현실과 괴리를 보인다”며 “교사 시절에도 일찍 시작하는 수업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오전 7시나 그 이전에 학교 앞 부모의 차에서 내리는 학생들을 봤었다”고 말했다.
로레나 곤잘레스 플레처(민주·샌디에고) 의원도 “모든 학교의 수업 시작 시간은 9시 출근, 5시 퇴근하는 전통적인 직업이 아닌 이상 맞벌이 부모에게 불편을 끼쳐왔다”며 “지역구의 많은 주민 가운데 새벽 3시까지 일하고 아침에 퇴근하는 관리인, 청소부 등이 많은데 이들은 선잠을 자다가 아침에 자녀를 등교시키기 위해 다시 깨야만 한다”고 전했다.
맞벌이 학부모들도 난감해하고 있다. 내년 둘째가 중학교에 진학하는 한인 이모 씨는 “수업 시간 시간은 15분 정도 늦춰지지만 트래픽을 감안하면 출근은 매일 지각하게 될 것”이라며 “맞벌이 부모의 출퇴근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는데 로컬 정부와 스쿨 보드는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이냐”고 한탄했다.
실제 로컬 정부와 스쿨 보드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새로운 수업 시작 시간표에 따라 근무하는 교사 등과 새로운 고용 계약을 맺어야 하고 스쿨버스가 부족한 경우는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해 교통편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로컬 정부는 자발적으로 수업 시간표를 정하길 바랐지만 무산된 모양새가 됐다. 이에 대해 셜리 웨버(민주·샌디에고) 의원은 “교육계에 종사하며 수업 시간표 이슈로 20년 넘게 논쟁해온 스쿨 보드를 관찰해온 입장에서 말하자면 스쿨 보드는 절대로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찬반론자들은 수업 시간표를 바꾸면 학생들이 사망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사라지며, 학부모의 비즈니스가 망할 것이라고 날을 새워 싸워왔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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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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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이 사진에 나오는 여학생은 윗도리를 거의 벗은 상태이네. 학교에서 최소한의 복장규제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책상에만 앉아 일을 하니 현장을 어떻게 알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