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개월 때 부모가 1~2주 불러준 멜로디, 8개월 후에도 기억 구분할 수 있어
▶ 사랑의 감정 그대로 이입, 반응 나타내

아기들은 말하는 소리보다 노래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 아주 어린 아기도 조부모와 부모의 노래를 청취하고 기억한다. [그림 Andrea Ucin]
손주를 처음 보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기쁨은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병원 신생아실에서 담요에 폭 싸여있는 아기를 처음 팔에 안아보는 순간 할머니들의 입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자장가가 흘러나온다. 아니 꼭 자장가만이 아니라 흘러간 옛 노래일수도 있고, 자신이 어릴 때 들었으나 오랫동안 잊고 있던 어떤 멜로디와 가사가 저절로 흘러나올 수도 있다.
손자손녀에게 처음 불러준 노래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많은 조부모들이 자장가나 동요, 혹은 어려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곡조였다고 말한다. 때로는 ‘당신은 나의 태양’(You Are My Sunshine)과 같은 대중가요나 비틀스, 밥 말리 같은 가수의 노래인 경우도 적지 않다.
아기에게 어떤 노래를 불러주려고 미리 생각해두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 많은 사람들은 생각지도 않은 음악이 흘러나온다고 말한다. 거의 기억하지도 못했던 노래가 우리 뇌의 어떤 부분에 저장돼 있다가 감정적인 순간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다.
아마 조부모들은 직감적으로 아는 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노래해주는 것이 그들과 나눌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활동이라는 사실을.
지난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아기의 시선, 행동, 심지어 심장 박동수 및 스트레스 호르몬까지 측정하는 독창적인 실험실을 통해 아기와 음악에 대해 많은 것을 연구했다. 그들의 연구 에 따르면 아주 작은 신생아도 리듬과 피치에 대한 민감성을 보이고 익숙한 멜로디를 구별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버드의 음악 실험실 수석연구원인 닥터 새무얼 메르는 “음악에 대한 아기들의 기억은 충격적”이라고 전하고, 모든 문화권에서 “아기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지각이 뛰어난 청취자”라고 말했다.
5개월 된 아기에게 부모가 단 한두 주 동안 노래를 불러주었는데 8개월 후 아기가 그 멜로디를 기억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아기들은 실험실에서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도 모르는 노래보다 익숙한 멜로디를 부르는 사람에게 더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
전문가들은 또 신생아들은 말하기보다 노래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고 말한다. 조명이 희미한 실험실에서 7~10개월 된 아기들은 녹음된 연설을 들었을 때보다 녹음된 노래를 들었을 때 두 배나 긴 시간인 평균 9분이 지난 후에야 소리를 지르거나 울기 시작했다.
아기들은 이상한 새로운 광경, 소리, 경험을 대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바로 그것이 아기들이 반복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다. 같은 노래를 계속해서 부르면 아기들은 다음에 무엇이 오는지를 알고 이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며, 이 기대가 충족됐을 때 큰 보람과 위로를 느낀다는 것이다.
닥터 새무얼 메르의 이론에 따르면 연약한 아기에게 노래는 특정 어른, 즉 조부모와 부모가 자신에게 엄청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전달한다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누가 내 친구이고 나의 그룹에 속한 사람인지를 알려주는 신호인 것이다.
노래를 잘 부르고 못 부르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아이들이 반응하는 것은 관심과 느낌이라고 터론토 대학의 심리학자 샌드라 트레허브 박사는 설명했다. 부모 혹은 조부모가 노래할 때는 모든 감정과 사랑을 담기 때문에 아기들은 노래가 맞는지 아닌지의 여부가 아니라 그 감정의 질적 요소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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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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