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언 형제에 의해 2008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을 수상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는 코멕 매카시의 소설이 원작이다. 매카시도 원래는 영화 대본으로 구상했다가 소설로 쓴 것인데, 윌리엄 예이츠의 시 ‘Sailing to Byzantium’의 첫구절(That is no country for old man)에서 제목을 따왔다.
이 시에서 현실은 물고기, 새 등의 이미지로 생동력 혹은 관능이 지배하고 있고, 늙지 않는 ‘지성’의 가치는 잊혀진 곳이다. 노인은 단지 “막대기에 누더기를 걸친”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지만, 만약 비잔티움이 상징하는 예술과 영혼의 세계를 노래한다면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소설도 같은 플롯이다. 에드 톰 벨은 3대째 국경지대 보안관으로 일하고 있다. 사냥을 하다가 우연히 200만 달러가 든 돈가방을 줍게 된 모스와, 갱단이 보낸 킬러 앤톤 쉬거가 얽혀든 사건을 추적하지만, 예측을 뛰어넘는 젊은 그들의 흔적을 결코 따라가지 못한다. 특히 ‘캐틀 건’을 무기로 사용하는 쉬거는 단순한 악당이라기보다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쉼 없이 계속 전진만 하는 그의 행동 양식은 시간을, 돈을 위해 인간을 도구로 여기는 자본주의를, 간혹 정의에 응징당해도 또 다른 형태의 악으로 재생되는 악 그 자체(evil itself)”를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현실을 상징한다. 세상은 이미 노인의 지혜와 경험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곳이 되었고, 누군가 선한 의도로 행한 일도 곧 악몽이 되어 찾아오는 부조리한 곳이다. 매카시는 이러한 세상을, 선과 악에 대한 평가도 없이, 매우 담담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벨의 삼촌 말처럼, 폭력은 예전에도 존재했었고, “올 것(변화)은 반드시 오고야 마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은 지속되어야 한다.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능력에 회의를 느껴 은퇴한 벨이 아내에게 말하는 두 개의 꿈 얘기가 결론을 전해주고 있다. 첫째는 아버지가 주신 돈을 잃어버린 꿈이다. 그 꿈은 인간의 역사를 통해 전달받은 소중한 가치를 상실해버린 슬픈 현실을 상징한다. 두번째는 젊은 아버지가 뿔 속에 횃불을 담고 험준한 산길을 앞서가 어둠을 밝히고 있는 꿈이다. 세상이 아무리 어둡더라도 빛은 어디에선가 밝게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손주리(플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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