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생신이다. 멀리 사는 딸이 해드릴 건 없고 미안한 마음을 덜고자 2주 전쯤 소포를 보냈다. 발이 불편하다는 엄마의 말씀이 마음에 걸려서 신발을 샀다. 세월에 장사가 없다더니 만년 젊으실 것 같던 엄마도 늙는다.
“나 경로우대 카드 나왔어. 내 친구들은 아직 우리가 노인도 아닌데 카드 쓰는 게 어색하다고 하는 거야. 하긴 우리 나이가 아직 노인이 아니긴 해.”
그렇게 시작한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내 머릿속은 복잡한 지하철 속에 장사진을 이루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하고 노후에 복지를 누리는 것은 국민으로서 당연한 권리일 것인데 왜 불편하신 걸까?
전화를 끊고 생각을 해보니 엄마는 카드가 아니라 당신은 아직 늙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날씨가 선선해진 요즘 노을 지는 황혼은 황홀하다. 우리 인생의 황혼도 그렇게 황홀할 수 있을까? 나이 들어서 육체가 쇠약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나이 듦의 특징이 어디 병들고 약한 것만 인가? 현명함으로 젊은이들의 존경을 받으며 어른 역할을 할 수 있다.
어릴 적 내 불평과 불만의 과녁은 항상 엄마였다. 엄마는 자식들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해야 했다. 왜 그렇게 엄마의 희생은 당연했을까?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알겠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불평의 무게가 절대 가볍지 않다는 것을. 때로는 그저 묵묵히 들어주기만 하신 것조차 사랑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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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혜 /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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