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건너 이웃집 담장 너머로 보랏빛 등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아침마다 그 담장 밑에 떨어진 등나무 꽃을 밟으며 아침운동을 나간다. 나즈막한 언덕의 공원길로 이어지는 그 밑을 지날 때면 진한 꽃향기가 내려온다. 등나무 덩굴은 저보다 엄청나게 큰 나무를 감고 올라가서 그늘도 만들고 그 덩굴 아래로는 포도송이 같은 꽃이 매달려있다.
무릇 모든 꽃이 아름답지만 보랏빛 꽃은 아름답다고만 하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하다. 온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보랏빛은 애처로움, 아련함, 아니면 비련의 주인공 같은 느낌을 주는 색이다. 고흐의 아이리스의 보랏빛은 화려하면서도 슬프고 모네의 수련의 보랏빛은 부드러우면서 아련하다.
꽃이 하도 예뻐서 꽃말을 찾아보았다. ‘사랑에 취하다’, 또 ‘유연함’이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신라시대 두 자매가 한 화랑을 사랑했는데 그가 전쟁터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연못에 몸을 던졌다. 그러나 후에 화랑이 돌아와 그 소식을 듣고 역시 자매의 뒤를 따라 연못에 몸을 던져 그 자리에 화랑은 나무가 되고 두 자매는 등나무가 되어 그 나무를 감싸면서 자라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사랑의 이야기로 사랑에 취하다와 유연하다는 꽃말의 의미가 온전히 이해가 된다. 등나무의 감싸는 모습이 모두를 받아들이라 말하고 휘어지는 둥근 가지가 모두 내어주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자유롭게 날라고 한다. 마치 사랑에 취한 것처럼.
<박연실 풀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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