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생머리다. 어느 노래 가사와 같이 이것저것 잴 것 없이 사랑에 푹 빠져 버린다는 청순함의 상징이요, 여신 같은 자태를 뽐낸다는 긴 생머리.
하지만 헤어 관리에 별 관심이 없는 나는 1년에 한번 미용실을 찾는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이유로 머리를 기르고 건강하게 관리하려고 노력한다. 바로 2년 전 시작된 헤어 도네이션 때문이다. 우연히 도네이션 영상을 보고 “그래! 나도 동참해보자”며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가발을 만들 12인치 이상의 긴 머리카락을 보내기 위한 노력은 쉽지 않았다. 귀신처럼 길어진 머리를 감을 때마다 한웅큼씩 빠지는 머리카락과 머리를 말리며 벌이는 긴 사투. 치렁치렁 긴 머리를 감당할 수 없어 늘 질끈 묶을 수밖에 없는 감당불가 촌스러움의 극치다.
하지만 기부를 통해 내 머리카락이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 머리카락은 아픈 아이들을 위해 가발을 만드는 후원 단체에 기부되었다. 이쁘게 잘 만들어져서 전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벅찼다.
건강한 머리카락을 만들기 위해 헤어 영양제도 바르며 나름 노력한다. 조금 더 길고 예쁜 가발을 만들기 위해 나의 ‘미’도 약간은 포기하고. 기부할 머리카락이 길어질수록 내 머리카락은 짧아진다. 머리카락을 기르며 나를 건강하게 가꾸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위안과 기쁨을 주는 일이 됨을 깨닫게 된다. 나를 사랑하는 일이 타인을 사랑하는 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작은 깨달음으로 오늘도 나는 거울을 본다.
<진희원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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