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일본은 우방인 한국을 수출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발표와 함께 한국정부는 이를 강하게 비판하고 일본에 대항하는 메시지를 즉각 발표했다. 그것도 대통령이 직접 전 국민에게 공중파 텔레비전을 통해 전하는 형식이었다.
가전제품과 반도체 분야는 1990년만 해도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이 세계를 제패했고 한국 업체는 10위권 밖이었다.
필자가 1989년 말 100여명의 직원과 함께 미국에 3년간 파견됐을 때만 해도 삼성·LG 제품은 진열대 한구석에 놓여 있는 처지였다.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일본 경제가 불황에 빠지고 삼성·LG 등 한국 정보기술(IT)회사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었다.
이는 회사들의 노력 외에 한국인의 창의적인 사고와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을 IT국가로 부르는 데 인색하지 않다.
하지만 이번 한일 경제전쟁을 통해 국민들은 반도체와 IT에서 벌어들이는 수익금 중 상당액이 원 소재를 공급한 일본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음을 알게 됐다.
그동안 이러한 불균등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국가 간 큰 문제가 되고서야 대책을 강구한다고 야단법석을 피우는 것을 보면서 과학기술인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그동안 한국의 국가경쟁력과 수출경쟁력은 과학기술이 주도하고 견인했다. 그 중심에는 연구개발(R&D)비 비중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에 가깝게 끌어올린 정부의 노력과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
에너지기술도 마찬가지고 원자력 기술자립도 그렇게 이루어졌다. 한국의 원자력 기술은 미국 기술을 받아들이고 더불어 자립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이뤄졌다.
7년간의 노력 끝에 1995년에는 자립도 95%를 달성하며 1차 자립을 이뤘다. 가장 어려운 원자로계통(NSSS) 설계는 물론 발전소설계·제조·건설·시운전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성과를 거뒀다.
2010년 직전에는 안전성 분야·핵연료 설계·제어기술·주 냉각재펌프 등 특별관리가 필요한 분야를 완벽하게 완성하면서 100% 자립을 달성했다.
한국은 제3세대 원전(APR1400)을 완성했고 2009년에는 UAE에 4기의 원전까지 수출했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가 된 것이다.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원자력 연구를 시작했고 원전의 노형도 미국기술에 바탕을 둔 우리와 일부 유사하다.
그럼에도 후쿠시마원전은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반면 우리 기술은 안전성은 물론, 경제성도 우수한 기술임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한국의 원전 APR1400을 미국에서도 건설할 수 있다는 설계승인서(DC)를 발급했다. 미국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은 외국 국가는 한국이 처음이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지만 원자력 기술은 일본 기술을 이미 추월해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문제는 정부의 탈원전정책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에 원전 대신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그 여파로 한수원, 한국전력 등 전력회사의 적자 폭이 2조~3조원에 육박한다. 우수 공기업이 부실화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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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환 전 한전원자력연료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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