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썰렁하고 추운 시기에 중국어로 훠궈(火鍋)라고 부르는 중국식 샤부샤부가 우리집 일상의 단골 음식으로 자리한 지는 오래되었다. 어려서부터 국수 다음으로 훠궈를 좋아하는 남편의 입맛 덕분에, 살면서 두 모자도 따라 즐기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빈 둥지 지킴이인 우리 두 내외에게 있어 만만하면서도 푸짐하고 든든한 상차림으로 최소 주 3회는 먹는 듯하다.
벌써 저녁 시간이 되어간다 싶으면, 이미 익숙해진 움직임으로 냉장고에서 가능한 재료들을 재빠르게 스캔하고 이것저것 손에 잡히는 대로 골라서 꺼내놓는다. 언제나 원칙은 하나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우선적으로 2인용 훠궈 전용 냄비에 반 정도 물을 담아 코드를 꽂고 스위치를 켜서 가열한다. 멸치 다시팩 하나와 깐마늘 한 주먹, 생강 한 조각 휘리릭 던져 넣고, 싼차이(酸菜)라고 부르는 중국식 신맛 나는 배추절임도 함께 넣는다. 시중에 마라탕(麻辣烫)을 비롯한 다양한 훠궈 육수 소스가 시판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맵고 자극적인 맛을 피하는지라 주로 맑은 국물을 선호하는 편이다.
물이 끓을 동안 들어갈 재료들을 다듬기 시작한다. 흰 팽이버섯과 검정색 목이버섯은 먹기 좋게 자르고, 직사각형 곤약도 얇게 썰어둔다. 배추를 숭덩숭덩 썰어서 씻어 물기를 건져두고 다른 야채들도 때에 따라 추가한다. 쑥갓, 청경채, 콩잎 등 마켓에서 흔히 보이는 채소들이 주된 대상이 된다. 이외 중국식 얼린 두부나 타로, 옥수수, 해물 등 언제든지 다양하게 추가 가능하다. 아시안마켓 냉동 딤섬 코너에서 파는 만두와 볼 종류도 함께한다. 얇게 썬 샤부샤부용 소, 돼지, 양고기 등 그날 바로 구입한 신선한 것 또는 냉동실에서 꺼내 자연 해동한 것을 접시에 담는다.
준비하는 데에도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고, 남편의 통화나 미팅이 길어져도 차려 놓고 식을까봐 조바심낼 필요도 없다. 야채와 고기를 제외한 재료들을 육수에 미리 넣고 팔팔 끓이다가 저녁 식탁에서 나머지를 조금씩 투하하고 살짝 익었을 때에 건져서 각자 알아서 맛있게 먹으면 된다. 주재료를 살짝만 익히는 것이라 부드럽고 질기지 않아 소화에도 좋다. 먹고 난 이후 설거지 거리도 얼마 없고, 재료의 맛이 한껏 우러난 국물은 그 다음날 아침에 쌀국수나 당면 등을 넣은 새로운 한끼가 되니 주부로서 일석이조의 기쁨이지 않을 수 없다.
<채영은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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