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상처나 입지 않을까 미루다 ‘미나리’를 보았다. 하지만 이민 2세 자전적 이야기고 연기이며 오스카상까지 탔다는데 어찌 외면하랴!
‘기회와 평등’이라는 희망으로, 더러는 백구두에 춤을 배워올 만큼 이민 교육은 한 줄도 받은 적 없이 우리는 생면부지 땅에 도착했다. 각개 전투 하듯 물길을 찾으며, 생계형 부모라고 칭찬 받은 적 없이 억척스레 땅(집)을 늘리고, 신앙에 의지해 2세들을 키웠다. 폭동에는 뿔뿔이 흩어지기도 하면서.
한인 교회는 정착에 도움을 주며 이민의 향수와 불안한 삶을 한국말로 하루 달래주는 유일한 안식처였다. 하지만 교회와 한인 사회가 제이콥에게 부정적이었듯, 교회는 종종 갈등과 대립의 본산지였다. 본국에서는 엘리트였는데 각종 직업에 종사하며, 때로는 교회가 과시나 분풀이 장소가 되어 서로 시달리며 고통스런 분열로 이어졌다.
나는 영화로 과거를 회상하다 균형 있는 코리안아메리칸(Korean-American)으로 살아주길 간절히 바랐던 우리의 데이빗들 생각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사실 이민보다 정체성 고민을 해본 이들이 또 있을까?
감독 정 이삭과 배우 스티븐 연의 이름과 순서가 두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듯, 둘 모두 ‘미나리’를 찍으며 엄청난 갈등을 겪었단다. 온전한 미국인으로 살아남으려고 긴 시간 다듬으며 그토록 부정하고 모른 척해야 했던 자신들의 과거 ‘한국인적인 요소’들을 파헤쳐야 했기에 힘들고 두려웠단다. 당연히 언어나 인종, 문화와 함께 ‘한국 냄새’에 대한 부끄러움 그리고 시간 못 내는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 한 느낌도 있었을 것이다. 조바심 난 부모의 불화와 갈등 사이에서 할머니의 ‘스트롱 보이(Strong Boy)!’ 칭찬도 없이 견뎠을 우리 2세들, 집에서는 한국말에 한국 드라마, 한식만 먹으면서, 부모에게 유리할 때만 ‘미국인’을 강조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 해부터 무성해진다는 미나리처럼 2세들은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미국이라는 샐러드 볼에 미나리 향을 첨가했다. 미나리가 물을 정화시키듯 그들이 먼저 ‘같이 살자’며 우리에게 치유와 회복의 물꼬를 트고 있다. 1세에게는 위로와 함께 2세들에게 당당하기만 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을, 2세에게는 ‘부모에 대한 서운함과 오해를 이해하며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한 ‘미나리’는 ‘경이로운 풀’(원더 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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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북산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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