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쟁 촉진할 규제 마련 요구…”스마트폰 소비자들이 고칠 권리 증진하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9일 발표한 미국 경제의 경쟁 촉진에 대한 행정명령은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기업의 지배력을 제한하는 것을 겨냥한 조치다.
이 행정명령에는 당장 기업체들이 따라야 할 새로운 의무 사항이 들어가 있지는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행정명령이 "의무 조항이라기보다는 미 정부기관들이 기업 간 합병, 그리고 경쟁을 옥죄어 제품 가격을 올리고 선택은 줄어들게 하는 사업 관행을 차단할 정책을 시행하도록 독려하는 로드맵"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앞으로 나오게 될 규정과 규제들은 미국의 핵심 기업들과 수년간 뜨거운 분쟁을 촉발할 것 같다고 WSJ은 전망했다. 규제의 타당성을 놓고 법정 공방 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최고경영자(CEO) 협회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사장 겸 CEO 조슈아 볼턴은 "고려되고 있는 이슈의 범위, 그리고 미국의 경쟁력을 증진하기보다는 약화할 행정명령의 잠재적 여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보기술(IT) 업계 고위 임원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테크넷은 IT 산업을 겨냥한 이번 행정명령이 "소비자들이 사랑하는 이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하기 위해, 길 안내를 받기 위해, 의료 전문가와 연락하기 위해, 온라인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료 서비스"를 위태롭게 한다고 주장했다.
WSJ은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 설계자로 팀 우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대통령 특별보좌관을 지목했다.
3월 백악관 합류 전 콜럼비아대학 법학 교수였던 우 보좌관은 미국 대기업들이 너무 많은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어 많은 연방정부기관들이 권한을 이용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는 책과 논문을 써왔다.
그는 2020년 공동 집필한 논문에서 정부기관들이 폐쇄된 시장을 열어젖히도록 압박하는 새로운 경쟁 협의회를 백악관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날 발표한 행정명령에는 실제 이런 협의회를 설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행정명령은 광범위한 산업 분야를 두루 조준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IT 부문은 핵심 타깃의 하나로 보인다.
여기에는 저렴한 브로드밴드 인터넷 서비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스스로 고칠 수 있는 권리를 증진하는 방안 등도 담긴다.
행정명령에는 반독점 규제를 담당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주요 온라인 장터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경쟁 등 특정한 반독점적 사업 관행을 금지하는 규제를 처음으로 제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FTC가 대형 IT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불공정한 데이터 수집·감시 관행을 규제할 규정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지배적 인터넷 플랫폼이 추진하는 합병이나 작은 경쟁사에 대한 인수를 더 철저하게 검증하고, 소규모 사업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불공정한 경쟁을 금지할 방안도 고안하도록 요구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소비자 또는 독립적 수리점이 스마트폰을 수리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를 제한할 방안도 마련하라고 했다.
이는 모두 FTC가 앞으로 IT 공룡들의 시장 지배력을 제한하기 위해 추진할 규제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WSJ은 짚었다.
예컨대 아마존이 온라인 장터를 어떻게 운영할지, 애플이 어떻게 앱스토어를 운영할지,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해야 할지 등을 규제할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이미 전부터 행태나 회사 규모가 반독점·반소비자적이란 비판을 받아온 IT 공룡들은 무료로, 또는 싼값에 인기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해왔다고 반박하고 있다.
행정명령에는 또 유선·무선 통신망을 보유한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를 겨냥한 내용도 담겼다.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요금 정보를 보고받고, 만기 전 조기 해지 수수료를 금지하라고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 폐지된 '망 중립성' 원칙도 복원하라고 권유했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특정 콘텐츠나 인터넷 기업을 차별해 속도를 제한하거나 차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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