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일요일은 음력으로 7월15일, 불교계 큰명절 우란분절이었다. 세시풍속 절기로는 백중이다. 이날은 또 음력 4월15일부터 실시해온 하안거가 해제되는 날이기도 했다.
불교명절과 일요법회가 모처럼 겹친 이날, 새크라멘토 영화사(주지 동진 스님) 길로이 대승사(주지 설두 스님) 등 북가주 한인사찰들에서는 길게는 49일에서 짧게는 7일까지 해온 우란분절 기도를 회향하고 부모와 친척 등 인연있는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비는 법회가 봉행됐다.
우란분절은 살아생전 나쁜 업을 지어 사후에 거꾸로 매달린 것과 같은 고통을 받는 조상 영가들을 구제하기 위해 후손들이 백미오과로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린 데서 비롯됐다. 이를 우란분재라 하는데 우란분(盂蘭盆)은 거꾸로 매달려 있다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울람바나(ullambana)를 소리가 비슷한 한자어로 옮긴 것이다.
우란분경에 따르면, 석가모니 부처님의 십대제자 중 신통제일 목건련이 아귀가 된 어머니의 영가를 구하려다 거듭 실패한 뒤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백미오과를 우란분에 담고 향과 촛불을 켜 시방의 스님들에게 공양토록 하여 어머니를 천도했다고 한다. 목련경도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북가주 한인사찰들에서는 백미오과로 지은 진수성찬 대신 조촐하되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차려놓고, 우란분절의 참뜻을 되새기며 살아계신 부모의 무병장수와 돌아가신 부모 및 조상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특히 길로이 대승사 주지 설두 스님은 미리 준비한 백중 회향 기도문을 낭송하며 분위기를 숙연하게 했다.
“영가여! 지금 이 자리에 오신 모든 영가들이시여, 자세히 들으소서”로 시작되는 기도문은 “과거세에 지은 업으로 인해 한동안 사람 몸을 받고 살았지만 이제 인연이 다하여 사람의 몸을 잃으셨습니다. 하지만 생명 자체에는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대가 모이면 형상이 되고 사대가 사라지면 죽음이 되는 것일 뿐입니다...금생에는 인연에 따라 사람으로 태어났다가 저승으로 가셨지만 다음 생은 무엇으로 태어나실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라고 전제한 뒤 “그러니 부디 오늘 영가님들의 후손들이 법석을 마련하여 영가님들을 극락으로 왕생하시어 더 좋은 몸을 받으시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발원하오니 부처님의 진리의 말씀 잘 들으시고 깨달으시어 남아있는 가족친지들에게도 진정한 불자가 되어 꼭 견성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시옵소서”라고 발원했다.
천도문은 이어 “사대를 흩어버리니 간밤의 꿈이요 육진과 육식의 얽힘도 본래부터 공이옵니다. 불조께서 깨달으신 경지를 알려고 한다면 해는 서쪽으로 지고 달은 동쪽에서 뜬답니다. 나무아미타불”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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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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