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핀란드 노키아그룹의 요르마 올릴라 최고경영자(CEO)가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통신 분야만 남기고 다른 사업 부문은 매각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노키아는 종이·타이어·TV는 물론 고무장화까지 만드는 문어발 기업이었다. 하지만 주요 수출 시장이었던 소련의 붕괴 등 여파로 악화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노키아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적중했다. 디지털 휴대폰 시대가 도래하면서 세계적인 이동통신 회사로 탈바꿈한 것이다. 노키아는 1998년 미국 모토롤라를 제치고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서 2011년까지 ‘넘버1’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성공에 취한 노키아는 스마트폰의 등장에 안일하게 대응한 탓에 2012년 1분기에 세계 선두 자리를 삼성전자에 내줬다. 결국 2013년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부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팔렸다. 노키아는 1865년 광산 기사 출신인 프레드리크 이데스탐이 창업한 제지 회사였다. 1871년 친구인 레오 메켈린이 공동 설립자로 참여하면서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노키아의 대주주는 초기에 공동 설립자였으나 거듭된 인수합병(M&A)을 통해 핀란드 은행·보험사로 바뀌었다. 1994년 뉴욕 증시 상장 후에는 미국의 기관투자가 등이 주요 주주가 됐다.
현재 노키아는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와 솔루션 서비스 제공 업체로 변신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변화 노력의 일환으로 1960년대부터 사용해오던 회사 로고도 최근 바꿨다. 기존 로고는 파란색의 영문 회사명(NOKIA) 정자체였으나 새 로고는 흰색의 영문 회사명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해 단순화했다.
페카 룬드마크 CEO는 “노키아는 더 이상 휴대폰 브랜드가 아니다”라며 “완전히 다른 디지털 네트워크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에서 잠시 방심하면 노키아처럼 도태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략산업이 살아남으려면 끊임없는 혁신으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첨단 산업 경쟁은 ‘국가 대항전’인 만큼 정부와 정치권도 ‘원팀’으로 지원해야 한다.
<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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