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반도체 업계 미래는
▶ 중, 반도체 기초체력 개선…장벽 낮은 부품^장비 성장
“정부, 미와 협상 유예 연장… 인재 등 생태계 지원 집중”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사업부와 반도체연구소,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주역들이 손가락으로 3을 가리키며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중국의 추격에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충분히 잘 해낼 겁니다. 문제는 그 밑바탕을 이루는 생태계죠.” (이병덕 중국 반도체 투자 분야 전문가)
중국이 미국 제재를 단기간에 극복하고 반도체 자립을 이룰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드물다. 다만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국민의 애국심을 등에 업은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노력이 이어진다면, 미국 규제가 닿지 않는 영역에서 한국 기업들을 위협할 수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몇 가지 어려운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①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②날로 험악해지는 국제정치 바람을 타는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면서 ③반도체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려는 미국의 이기주의도 이겨내야 한다. 미국·중국·일본·대만 정부가 반도체를 핵심 전략산업으로 보고 과감한 지원을 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도 기업과 발을 묶고 ‘이인삼각 원팀’으로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 많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반도체 투자 전문가 이병덕씨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미국 규제 이후 중국의 반도체 자립 의지가 강력해지면서 중국 반도체 기초 체력이 개선되고 있다”며 “첨단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는 반면 후방 분야에서 성과를 내다보니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중국 기업들의 급격한 성장에 꽤나 당황하는 분위기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첨단 메모리 반도체 등 핵심 부품에서는 여전히 해외에 의존하고 있지만, 진입장벽이 낮은 부품과 장비 쪽에서는 자급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한국도 2000~2010년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국내 부품·장비사들과 공동 개발하고 양산에 성공하면서 해외 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었다”고 한국의 경험을 돌이켰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메모리 분야의 경우, 중국과 기술 격차가 많이 벌어진 상황이지만 미국의 규제 영향권 아래 있는 두 회사의 중국 공장이 문제다.
미국은 반도체 장비 규제를 시행하면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1년의 유예 기간을 줬다. 이대로 유예 조치가 끝날 경우 올해 10월 이후 중국 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공장에는 첨단 장비 진입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면서 보조금 수혜 기업이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여기서 ‘실질적 확장’은 웨이퍼(반도체 원판) 투입 기준으로 5% 이상을 늘리는 것이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재료공학부)는 “삼성의 시안(西安) 공장은 10년간 웨이퍼 투입이 110% 이상 증가했다”며 “10년간 5% 미만을 증산하라는 건 더 이상 최첨단 메모리 공장을 운영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장비 규제 유예 연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중국의 추격이 예상되는 분야에서 집중적인 생태계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더해진다. 실제 국내에선 10나노미터(㎚·1nm=10억 분의 1m) 이하 첨단공정 중심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이 운영되다 보니 구형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들은 국내에서 생산하지 못하고 중국·대만의 파운드리 기업에 의지하고 있다.
이병인 한중시스템IC 협력연구원장은 “첨단공정뿐 아니라 성숙공정 제품들도 지속 지원해 국내 풀뿌리 팹리스들의 체력을 키워야 한다”며 “이런 중소기업들이 생존하고 경쟁력을 유지해야만 향후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심해졌을 때 발생하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재 양성에선 중국을 배워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서 필요한 인력 규모가 충분치 않다는 인식에 2020년 ‘반도체학과 및 공정’ 관련 학과를 최상위인 1급 학과로 승급하면서 지원을 강화했다. 이후 난징반도체대학 설립을 시작으로 광둥공업대, 선전기술대, 칭화대, 베이징대 등 14개 거점 대학에 반도체학과가 신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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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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