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더 외로울까. 모두가 파티로 흥겨워 보이는 도시의 밤 어느 곳에도 초대 받지 못해 홀로 있는 것, 혹은 주변에 교류할 사람이 말 그대로 하나 없는 무인도 같은 곳에서 보내는 시간.
몇 년 전, 가족들과 3주간 한국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뉴욕으로 돌아온 후의 첫 한 달, 도시는 음울한 블루로 보였다. 시끌벌쩍하게 가족들과 늘 함께 하다가, 내가 다시 온 것을 환영해 줄 이 하나 없는 이 도시로 돌아와 느낀 극명한 온도차는 뉴욕의 겨울을 더 견디기 힘들게 만들었다. 악몽에 시달리다가 깨어난 밤이면 마치 마음 속 깊은 우물에서 길어 올린 것 같은 저릿한 마음의 통증이 느껴졌고 눈시울은 젖어 있었다. 이 곳에는 내가 뉴욕에 있는지 없는지 관심이나 있을까 싶은 사람 하나 없고, 모두 파티나 소셜활동으로 바빠보이는데, 그 모습이 홀로 주말 밤을 보내는 나와 대조되어 보여 더 서럽게 느껴졌다.
겨우 마음 붙일 사람들을 만들었다 싶었을 때, 팬데믹이 터졌고 쫓기듯 필라델피아 근교로 이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 곳은 뉴욕과 정반대의 환경인 작은 마을이었다. 동양인이라고는 나 하나. 아파트 뒷쪽으로는 작은 게울이 흐르고, 차 없이는 우유 하나 사러 나갈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그 곳에서 보낸 첫 겨울은 코비드와 눈보라로 인해 사회 활동을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그렇게 사람들과 단절되어 몇 주 동안 흐리기만한 겨울 하늘을 창 밖으로 바라보며 이 삶이 독방에 수감된 죄수와 뭐가 다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고독.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고독의 사전적 정의이다. 고독이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방에 갇힌 실험 참가자들은 시간이 지날 수록 제정신을 붙들기 힘들어 했고, 그 방에서 나올 때 얼마나 비참한 기분을 느꼈는지에 대해 입을 모아 말했다. 이처럼 자발적이지 않은 고독한 상태는 고문이나 다름없다. 필리의 눈보라 치던 겨울, 나는 외부와 차단되어 기운 잃어가는 내 마음을 바라보며 고독에 대해 곱씹고 또 곱씹었다.
사람은 사람을 필요로 한다. 나아가 그 수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내 이름을 불러줄, 그렇게 나의 존재를 발견해 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 소속감을 주고,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관계 속에서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감사하고 소중한 일이었다. 그래서 내 삶 가운데 외톨이를 보게 된다면 지나치지 않고 이렇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너의 이름을 나는 안다고. 우린 서로에게 기대어야만 일어설 수 있는 존재이니까. 너는 소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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