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 만의 집중 호우로 중국 베이징과 허베이성이 물난리를 겪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의 치수(물 관리)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중국 정부가 최근 시 주석이 국가 지도자로서 이룬 치수 업적을 정리한 책을 냈는데, 공교롭게도 책 발간 직후 자금성까지 삼킨 큰 홍수가 발생하면서다. 결과적으로 시 주석 체면에 상처가 났다.
수자원 관리 기관인 중국 수리부는 지난달 18일 ‘시진핑의 치수에 관한 중요 논술 연구’(사진)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책에는 그간 시 주석의 치수에 관한 연설을 포함해 치수 정책에 관한 시 주석의 연구 결과가 담겨 있다.
출간 즉시 관영 매체들은 시 주석의 물 관리 능력을 치켜세웠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책 발간 하루 만인 19일 자 1면 기사에서 “이 책은 왜 물 조절을 잘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수량을 관리해야 하는지 등 새 시대 치수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을 제시했다”고 극찬했다. 수리부도 자체 기관지를 통해 “시 주석이 제시한 지침 덕에 중국의 홍수·가뭄 예방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고 주장했다. 리궈잉 수리부장은 책 서문에서 “치수에 관한 시 주석의 연구가 엄격하고 체계적인 이론 체계를 확립했다”며 “그가 치수를 위한 근본적인 지침을 제공한 것은 중화민족 치수 역사의 새 이정표”라고 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치수 연구는 그러나 금세 조롱 거리가 됐다고 대만 중앙통신은 지적했다. 책이 출간된 지 약 열흘 만에 베이징과 허베이성이 제5호 태풍 독수리가 몰고 온 물폭탄에 피해가 속출하면서다.
베이징에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닷새간 744.8㎜의 폭우가 내렸다. 연평균 강수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허베이성에도 1,00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1883년 기상 관측 이래 140년 만의 폭우였다.
폭우로 인한 홍수로 베이징에서만 최소 11명이 숨지고 13명이 실종됐다. 허베이성에서도 최소 9명이 사망했다. 인구 65만 명의 허베이성 줘저우를 비롯한 상당수 지역에 수도가 끊겼고 정전이 잇따랐다. 600년간 침수된 적이 없다고 알려진 중국의 자랑 베이징 ‘자금성’마저 침수 피해를 봤다. 비는 2일을 기점으로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불어난 강물로 허베이성의 일부 고립된 지역 주민들은 물·식량난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중국인들은 정부의 ‘시 주석 치수 능력 띄우기’에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한 네티즌은 “베이징과 허베이성 주민들이 책 발간을 열렬히 축하하고 있다”고 비꼬았고, 또 다른 네티즌은 “독수리(제5호 태풍)가 그 책을 열심히 공부했다고 한다”는 뼈아픈 농담을 던졌다.
베이징의 여름은 대체로 서울보다 덥지만 상대적으로 건조하다. 이번과 같은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가 발생한 건 이례적이다. 시 주석은 지난 1일 “이번 사태는 매우 위급하다”며 “고립된 주민들을 구조하고 인명·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은 지난 2일 수해 복구 긴급 지원금 1억 위안(약 180억원)을 배정한 데 이어 4일 1억 위안의 지원금을 추가로 할당하는 등 총 2억 위안(약 360억원)을 이번 수해 피해 복구 예산으로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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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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