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데믹 이후 신차 25% 급등, 평균가 4만8,000달러 달해
▶ 소형차 비중 감소도 요인, 중고차도 12%만 낮은 가격

미국에서 2만달러 이하 새차가 거의 전멸하는 등 심각한 카플레이션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GM 험비 전기차의 제조라인 모습. [로이터]
팬데믹 기간 신차 가격 급등으로 2만달러 이하 차량들이 거의 전멸 상태에 이르렀다. 차가 생활 필수품인 가주에서 심각한 ‘카플레이션’(차량 가격 상승) 현상은 한인들을 비롯한 거주민들에게 경제적 불안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
자동차 정보업체 콕스 오토보티브에 따르면 현재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2만달러 이하 신차 모델은 미쓰비시의 미라지가 유일하다. 해당 차량은 평균 최종판매가 1만9,205달러에 판매됐는데 이는 새 자동차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일부 차량의 가장 저렴한 트림이 2만달러 미만인 경우가 있지만 배송비와 각종 옵션을 포함한 최종 판매가 총액이 2만달러 미만인 차량은 미라지 뿐이다.
과거에는 미라지와 비슷한 크기인 기아 리오, 닛산 베르사 같은 차량이 2만달러 이하였는데 이제 해당 차량은 2만달러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미국에서 대학에 입학하거나 첫 직장에 들어갔을 때 2만달러 이하 차량을 생애 첫차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아진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상황이 이와 같지 않았다.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팬데믹 직전인 5년 전에는 자동차 시장에서 2만달러 미만 모델이 12대나 됐다. 그런데 팬데믹을 거치면서 차량 가격이 급등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기준 미국의 평균 신차 가격은 무려 4만8,000달러에 이르렀다. 미라지는 이보다 50% 이하로 저렴한 특이 모델인 것이다.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미국 평균 신차 가격이 25% 넘게 올랐는데 비싼 차의 경우 그만큼 더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간 상황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저가 모델이 사라진 것은 글로벌 메이커들이 수지타산이 안 맞는 소형 모델 생산을 줄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을 대표하는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포드 빅쓰리 자동차 업체들은 약 5년 전부터 소형차 사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아예 생산을 접은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물량이 줄어들면서 딜러 매장에 입고가 안되면서 소비자들이 소형차를 원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상황이다. 특히 이제는 소형차 생산을 이어왔었던 도요타와 혼다 같은 일본 메이커들도 소형차 판매를 줄이고 있다. 글로벌 메이커들이 소형차 생산을 줄인 것은 반도체 공급난 여파가 컸다. 부품이 부족한 상황에서 차를 만드려면 비싼 차종을 더 만들어서 파는 것이 더 많은 이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시장 역시 카플레이션 현상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최고점 수준에서는 하락했지만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비싼데 온라인 자동차 검색업체 아이씨카스에 따르면 출고 후 5년이 지난 중고차의 대당 평균 거래 가격을 조사한 결과 2만달러 이하는 전체의 12.4%에 불과했다. 이는 같은 비중이 4년전인 2019년에 49.3%였음을 고려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전기차의 경우 개솔린 모델보다 오히려 더 높은 가격대에 팔리고 있어 차량 인플레이션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에 저렴한 모델이 늘어나려면 미국이 중국에 자동차 시장을 개방해야 하는데 이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두 나라의 무역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중요한 시장인 자동차 업계를 열어줄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미카엘 크랩스 콕스오토모티브 애널리스트는 “중국 자동차 제조사가 들어와서 싸게 팔지 않는 이상 앞으로 자동차 가격이 떨어질 일은 없어보인다”며 “앞으로는 2만달러 이하 새차가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접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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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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