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흔적도 없이 사라져 행방이 묘연했던 '도로시의 빨간 구두'가 돌아왔다.

13일 연방 검찰 발표에 따르면 1939년 개봉한 영화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에서 여주인공 도로시 역의 주디 갈랜드(1922~1969)가 신었던 반짝이는 빨간색 구두를 훔친 혐의로 기소된 미네소타주 그랜드 래피즈 주민 테리 존 마틴(76)이 유죄를 인정했다.

검찰은 보도자료를 통해 마틴이 문화유산으로 인정받는 주요 예술품을 훔친 혐의로 지난 5월 체포·기소됐으며 이날 미네소타주 둘루스 소재 연방법원에서 유죄를 시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마틴이 지난 2005년 갈랜드의 고향인 미네소타주 그랜드 래피즈의 '주디 갈랜드 박물관'에 전시돼있던 '도로시의 루비 구두' 진품 한 켤레를 훔친 사실을 확인했다"며 "도난 당시 구두는 100만 달러(약 13억5천만 원) 보상 보험에 가입돼있었으나 현재 공정시장가치는 350만 달러(약 47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어 "연방수사국(FBI)과 그랜드 래피즈 경찰이 지난 2018년 7월 회수한 이 신발은 갈랜드가 도로시 역을 연기하며 신었던 루비 구두 가운데 단 네 켤레 남아있는 진품 중 하나"라며 "미국 영화사에서 가장 유명한 소품 중 하나라는 평을 듣는다"고 부연했다.

나머지 세 켤레 가운데 두 켤레는 스미스소니언 미국 역사박물관(SNMAH)과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AMPAS) 본부 건물에 각각 전시돼있고 한 켤레는 개인 수집가가 소장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도난 소동을 빚은 구두는 할리우드 아역 배우 출신 소품 수집가 마이클 쇼(87)가 1970년대에 매입해 소장하고 있다가 2005년 8월 주디 갈랜드 박물관이 대여해 전시를 시작한 직후 사라졌다.

박물관 측은 "누군가 창문을 통해 들어와 유리 진열장을 깨고 구두를 꺼내 달아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시장 CCTV에 범인 모습이 잡히지 않았고 지문도 남지 않아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는 듯했다.

한때 "구두를 대여한 쇼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벌인 자작극"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AP통신은 "사건 발생 후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수많은 현상금이 제시됐고 2015년에는 애리조나주의 한 기부자가 100만 달러를 현상금으로 내걸기도 했다"며 전국에서 수백 건의 허위 제보가 잇따랐다고 전했다.

그러다 2017년 한 남성이 보험사를 찾아가 "쇼에게 지불된 100만 달러 보험금을 되찾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제안한 후 수사에 동력이 생겼다.

FBI 예술품 범죄 전담팀(ACT)이 기습 작전을 통해 구두를 회수, 지금까지 관리하고 있다.

검찰은 마틴의 체포 경위 등 자세한 수사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마틴의 변호인은 "의뢰인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으나 지금까지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며 법정에 선처를 구했다.

마틴에 대한 선거 공판일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시카고의 '조지 M. 힐 출판사'가 1900년 출간한 L.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The Wonderful Wizard of OZ)를 원작으로 제작돼 올해로 개봉 84주년을 맞았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도로시는 토네이도에 날려 마법의 나라로 가서 온갖 모험을 겪지만, 뒷굽을 세 번 맞부딪히면 어디든 데려다주는 루비 구두 덕분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