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본부를 둔 이란 반체제 성향 방송 매체 '이란 인터내셔널' 소속 언론인이 런던 자택 앞에서 흉기 공격을 받아 다리를 다쳤다.

30일(현지시간) 이란 인터내셔널 등에 따르면 이 방송에서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는 푸리아 제라티는 전날 집을 나서다가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여러 차례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제라티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지만 입원 중이다.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영국 경찰청은 피해자가 최근 위협 우려가 제기됐던 페르시아어 매체의 언론인이라는 점에서 대테러 지휘본부에서 이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런던에 본부를 둔 뉴스 전문 매체다. 페르시아어와 영어로 방송 보도와 온라인 기사를 내보내며 이란 내 인권침해 등 이란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 왔다.

앞서 영국 안보 당국은 2022년 이 매체 소속 언론인 2명에 대한 구체적인 살해 위협 정보를 파악했으며 올해 1월에는 이에 연루된 이란혁명수비대(IRGC) 대원 등 이란 관리들에게 제재를 가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번에 흉기 공격을 당한 제라티가 지난해 3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인터뷰해 이란혁명수비대 등의 분노를 산 적이 있다고 전했다.

제라티는 당시 엑스(X·옛 트위터)에 이 인터뷰를 소개하는 글을 게시하면서 '#네타냐후', '#마흐사아미니' '#IRGC테러리스트'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마흐사 아미니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혔다가 의문사해 히잡 시위를 촉발한 이란 여성이다.

IRGC가 운영하는 매체 '파르시 통신'은 "테러리스트 이란 인터내셔널이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자)조차 증오를 표출하는 가자지구 어린이들의 살인자 총리에게 안테나를 제공했다"며 "이것이 인터넷 사용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전국언론인연합(NUJ)의 미셸 스태니스트리트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이런 비겁한 공격은 대단히 충격적"이라며 "이란 인터내셔널과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 등 많은 언론인 사이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