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로시 총장, 테헤란 방문… “이란 핵문제 가시적 결과 얻어야”
▶ 이란 측 “대화로 해결할 수 있지만 협박 속에선 협상 안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13일(현지시간) 밤 대표단을 이끌고 이란 테헤란을 방문했다. 올해 두번째 방문으로,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 이후론 처음이다.
양측은 트럼프 2기 집권시 자칫 심각해질 수 있는 이란 핵문제를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는 대원칙엔 공감하면서도 해결의 실마리는 찾지 못했다.
AFP 통신,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그로시 총장은 14일 모하마드 에슬라미 청장과 공동기자회견에서 "상황을 개선하고 우리를 갈등과 전쟁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것을 보여줄 구체적이고 확실하고 가시적인 결과를 얻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을 향해 "이란 핵시설이 공격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에슬라미 청장은 IAEA에 이란을 압박하는 결의를 채택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란이 압박에 영향받지 않고 국익에 따라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는 것을 그들은 반복해 경험했다"며 "참여의 길을 선택한다면 이란은 협력할 뜻이 있지만 다른 길을 선택한다면 필요한 결정을 내리겠다"라고 말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면담 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그로시 총장과 중요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며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헌신적 가입국으로서 IAEA에 완전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견차는 협력과 대화를 통해 해소할 수 있으며 우리는 용기와 선의로 계속 나아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공은 유럽연합(EU)과 E3(영국·프랑스·독일)에 있다"며 "우리는 국익과 양도할 수 없는 권리에 따라 협상할 의향이 있지만, 압력과 협박 속에서는 협상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로시 총장은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 이란 핵위기가 고조할 수 있는 만큼 이란 측에 우려 섞인 경고를 전달하고 외교적 타협점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제시할 수 있는 '외교적 해법' 중 하나는 유명무실해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협상 재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되면서 핵합의 부활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그는 1기 집권시였던 2018년 5월 합의한 절차대로 순조롭게 이행되던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란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 복원해 이란을 고립시키는 '최대 압박' 정책을 폈다.
그로시 총장은 지난 12일 이란 핵문제에 대해 "운신의 폭이 줄고 있다"며 "국제 정세의 긴장이 점점 올라가는 상황에서 이란 정부는 외교적 해결책을 찾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내가 국제사회에 현 상황을 말할 수 있기는커녕 큰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며 "그들(이란)을 돕기 위해 그들이 우리를 어느 정도는 도와야 한다"고 이란에 요구했다.
일각에선 트럼프의 재집권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 위협에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고도화, NPT 탈퇴 등으로 맞서는 '강대강' 대결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은 2019년부터 핵프로그램을 재개해 우라늄 농도를 60%까지 높였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AFP통신에 "이란과 서방 정부들 간 상당한 이견을 고려할 때 그로시 총장은 상황이 더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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