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리 50% 관세 부과 예고
▶ 무역확장법 근거 수입 제한
▶ 첨단산업 광물 자급력 강화
▶ 원자재 공급 움켜쥔 중국 겨냥
▶ 구리 선물가격 13% 이상↑
미국이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구리에 고율(50%)의 품목 관세를 부과한 것은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수적인 구리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자급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읽힌다. 희토류 등 핵심 광물에 대한 자급력 강화에 나선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을 움켜쥔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미국이 3대 금속을 비롯한 핵심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수입 가격 인상 등 미국 경제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8일 공식적으로 밝힌 이번 조치는 3월부터 구리 수입에 대해 진행한 ‘안보 영향 조사’의 후속 조치에 해당한다. 특정 품목의 수입이 미국 안보에 해를 끼칠 경우 관세 등 수입제한 조처를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한 무역확장법 232조가 근거다. 자동차 및 부품(25%), 철강·알루미늄(50%) 등에 매기고 있는 품목 관세 역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하고 있다. 무역 제한 조치를 취하는 정책적 목표는 미국의 자급력 강화다. 백악관은 앞서 2월 구리에 대한 안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히며 그 이유로 “미국에는 충분한 양의 구리가 매장돼 있지만 제련 및 정제 능력은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수입량을 제한해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전 세계 구리 정제 분야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2기 출범 이후 ‘전시 권한’인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해 규제를 완화하는 등 핵심 광물의 자국 생산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폰부터 첨단 무기에 이르기까지 이들 핵심 광물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만큼 자급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구리 관세는 이 같은 시도와 맞닿아 있다.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역시 원자재 자급력 강화를 목표로 구리를 핵심 광물로 지정하고 해외 주요 구리 광산의 사업권 인수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전선·파이프는 물론 자동차와 스마트폰, 반도체까지 폭넓게 쓰이는 구리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35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물량이 구리 부족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PwC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이로 인한 송배전망 확충도 구리 부족이 불가피한 요인”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정책 목표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수입 가격 인상으로 미국 소비자가 더 큰 피해를 입게 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구리 선물 종가는 13% 이상 올라 1989년 이후 36년 만에 일일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장 중에는 상승률이 17%까지 뛰기도 했다. 반면 런던상품거래소의 구리 선물 가격은 0.4% 하락했다.
미국에 수입된 구리 가격이 그만큼 더 비쌌다는 얘기다. 트럼프 행정부가 구리 대상 안보 조사를 발표한 올 2월 이후 미국에 수입되는 구리에는 ‘프리미엄’이 따라붙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리 가격 인상은 미국 기업의 손실로 돌아올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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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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