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영재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비뇨의학과 교수
▶ 5년 후 전국에 6명… 수년째 전문의 수 내리막
▶ 성인 환자 같이 보면서 전문성 떨어지는 악순환
▶ “병원 평가에 소아 반영, 소아 수술장비 지원을”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만난 임영재 소아비뇨의학과 교수가 소아외과계가 처한 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소아 환자를 전담해서 보는 비뇨의학과 전문의는 우리나라 전체에 단 9명 있다. 그중 7명이 서울에서, 다른 2명은 경남 양산에 있는 부산대 어린이병원에 일한다. 서울과 경남 외 지역에는 소아 비뇨의학 전문의가 단 한 명도 없다는 얘기다. 대한소아비뇨의학회에 따르면 5년 뒤엔 이보다 더 줄어 6명이 된다. 서울에 5명, 경남에 1명밖에 안 남는다는 것이다.
소아비뇨의학과는 소아정형외과, 소아신경외과, 소아흉부외과, 소아안과, 소아이비인후과, 소아마취과, 소아성형외과 등과 함께 소아 수술을 담당하는 소아외과계로 분류된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만난 임영재 소아비뇨의학과 교수(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학술이사)는 “소아 수술 위험도가 수가에 반영되지 않아 소아 수술 분야에 지원하는 인력이 거의 없고, 병원도 경영에 도움 되지 않는 소아외과계 의사 임용을 기피하면서 소멸 위기에 놓이게 됐다”고 토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아 비뇨의학과가 붕괴 수준인데요.
“새로 들어오려는 후배들이 없다 보니, 현재 일하고 있는 전문의들이 정년퇴직하면 6명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죠. 2019년 국회에서 ‘소아외과계 붕괴 위기’를 주제로 토론회를 했는데, 6년이 지난 지금도 다르지 않아요.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5~10년 후에는 소아 수술을 담당할 전문의가 너무 부족해서 어린이가 수술 한번 받으려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할 겁니다.”
-다른 과도 비슷한 상황입니까.“소아이비인후과는 현재 전국에 소아 전담 전문의가 3명밖에 없습니다. 소아정형외과와 소아신경외과도 소아 전담 전문의 수가 각 10명 정도에 불과해요. 인력 충원이 안 되고 있죠. 지금도 제주를 포함해 전남·전북·충청권 등에서까지 우리 병원에 진료를 보려고 찾아와요. 전국 곳곳에서 환자가 오는 것을 보고 지역의 의료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는 걸 느끼지만, 사실 몇 년 지나면 수도권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아외과계 지원이 적은 가장 큰 이유는.“우리나라 수술 수가는 행위별로 정해요. 성인과 소아 구분 없이 같은 수술을 하면 같은 수가를 책정합니다. 하지만 같은 수술이어도 소아는 난도가 높아요. 전신 마취만 해도 어른보다 위험성이 크고, 아이가 기저질환이라도 있으면 간단한 수술도 정말 조심해야 하거든요. 수가를 책정할 때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던 거죠. 병원에서도 경영에 부담이 되는 ‘손해 과’로 인식하니 뜻이 있는 인력들도 지원을 주저하게 되죠.”
-소아 진료가 병원 경영에 그렇게 도움이 안 되나요.“성인 환자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을 찍고 수술도 받지만, 소아 환자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진료 수익이 대체로 낮습니다. 우리 병원도 올해 적자 폭이 커져 걱정하고 있어요. 그래서 소아외과계 전문의 충원을 꺼리다 보니 인력 부족 문제까지 악순환이 심각해지는 거죠. 최근 한 한 병원에선 소아 비뇨의학과 전문의 한 분이 정년퇴임을 했는데, 그 자리를 이을 사람을 뽑지 않고 해당 진료과 문을 닫았습니다.”
-소아외과계 전문의들이 생각하는 현실적인 개선책은.“정부가 병원에 대한 평가를 할 때 소아외과계 전문의가 있는지 여부를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두면 병원이 전문의 확보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겁니다. 병원 경영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소아 수술 장비를 새로 구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를 정책적으로 도와준다면 어린이들이 좀 더 나은 수술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또 현재 한에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된 10여 곳이 권역별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소아를 수술할 의사가 없는 탓에 생기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될 거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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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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