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천적 복수국적 한인 대학생의 고민
▶ 국적이탈에 평균 1년 6개월…외국 거주 중에만 신청 가능

선천적 복수국적자 A씨가 출생신고를 한 뒤 받은 여권.
“한국에 공부하러 가기도 쉽지 않네요.”
버지니아 센터빌에 거주 중인 한인여성 A씨(21세)는 내달 17일, 인천 송도에 위치한 조지메이슨대 한국캠퍼스에서 한 학기 동안 공부하기 위해 한국 여권으로 입국할 예정이었으나 선천적 복수국적자이기에 한국에 입국하는 것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A씨는 “당초에는 미국에서 국적이탈을 신청한 뒤 한국 비자를 받아 입국하려 했지만, 국적이탈과 비자 발급에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길어 부득이하게 한국 여권으로 먼저 입국한 후, 학업을 마친 뒤 미국으로 돌아가 국적이탈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가 고민하는 이유는 한국 국적법 때문이다. 여성이라 하더라도 만 22세 생일 전날까지 외국에 실제로 거주한 상태에서 국적이탈 신고를 완료하지 않으면, 이후에는 사실상 국적이탈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는 영사과에 이메일(dongpo.usa@mofa.go.kr)로 문의했고,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받았다.
주미한국대사관 영사과는 최근 A 씨의 질의에 대해 “국적이탈을 신청한 경우에도, 법무부 장관의 허가가 있기 전까지는 복수국적 상태가 유지되며, 처리에는 약 1년 6개월이 소요된다”고 17일 밝혔다.
또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외국에 거주 중일 때만 국적이탈을 신청할 수 있어, 국내 체류 중일 경우 원칙적으로 신청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A씨는 “이번에야 내가 선천적 복수국적자라는 걸 알고, 한국에 출생신고를 한 뒤 여권을 발급받았는데, 그 이후에도 알아야 할 것이 많았다”며 “복잡한 제도 때문에 공부하러 한국 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또 “만 22세 이전에 외국국적불행사 서약을 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이 자동으로 상실된다”는 이야기도 주변에서 들었다며 우려를 전했다.
이에 대해 영사관은 “종전에는 국적선택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우리 국적을 자동으로 상실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개정된 국적법에 따라 현재는 국적선택명령이라는 절차를 거친 후에도 국적선택을 하지 않을 경우에만 우리 국적을 상실하도록 변경됐다”면서 “법무부로부터 국적 선택명령을 받지 않는 한, 만 22세가 되는 9월10일 이후에도 계속 복수국적자의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즉, 만 22세 생일이 지난다고 하여 자동으로 한국 국적이 상실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종준 이민 전문 변호사는 “2010년 국적선택명령제 도입으로 인해 해외출생 한인 2세 여자도 복수국적자가 될 수 있게 되었으며, 만 22세까지 국적 선택을 하지 않으면 법무부 장관이 국적선택명령을 내리고, 그로부터 1년 이내에 선택을 하지 않을 경우 국적이 자동 상실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사례는 많은 이들이 국적과 관련된 법적 절차와 시한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입국 일정이나 진로를 계획하면서, 이후 불이익이나 행정적 곤란을 겪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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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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