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개 신규 상장으로 1,002개 달해
▶ 매매 편의성에 인기 끌며 급성장
▶ 3개 중 1개 테마형… 특정업 집중
▶ 상품 10개 중 7개 변동성 ‘높음’
2002년 10월 상장지수펀드(ETF)가 한국 시장에 첫발을 들인 지 약 23년 만에 1,000개를 돌파했다. 매매 편의성과 정보 투명성을 발판 삼아 빠르게 성장하면서 명실상부한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한국 자산운용사 간 과도한 시장점유율(MS) 경쟁 속에 유사 상품이 쏟아져 나온다는 비판은 풀어야 할 과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시장에 ‘KODEX TDF2060액티브’ ‘1Q 미국메디컬AI’ ‘ACE 미국10년국채액티브’ 등 7개의 ETF가 신규 상장했다. 이에 따라 전날 기준 995개였던 한국 ETF 수는 1,002개로 늘어나며 사상 처음으로 1,000개를 넘어섰다. 지난해 10월15일 처음으로 900개를 넘어선 후 280일 만에 약 100개가 늘어난 셈이다.
21일 기준 ‘업종 섹터형’으로 분류된 ETF의 수는 총 317개로 이른바 ‘테마형’ ETF의 수가 가장 많았다. 한국 ETF 3개 중 1개가 정보통신(IT)·헬스케어·로봇·방산 등 특정 업종이나 테마에 투자하는 ETF인 셈이다. 코스피나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등 전 세계 대표 시장 지수에 투자하는 ‘지수형’ ETF(레버리지·인버스 포함)의 수는 그다음으로 많은 226개였다. 3위인 채권형 ETF의 수는 총 155개다. 고배당이나 커버드콜 같은 ‘전략형’ ETF의 수는 총 154개로 네 번째로 많았다.
상품 수 증가와 함께 순자산도 빠르게 불어났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 기준 ETF 순자산 총액은 약 222조 원이다. 2023년 6월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한 뒤 2년여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올 들어서는 한국 증시가 고공 행진한 영향으로 6개월여 동안 순자산이 50조 원 가까이 늘어나며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가파른 성장의 이면에는 시장 규모에 비해 ETF 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ETF 리서치 기관 ETF GI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 세계에 상장된 ETF 수는 1만2,081개로 이 중 한국 ETF의 비중은 약 8%다. 하지만 순자산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1% 안팎에 불과했다.
한국 자산운용사 간 과도한 MS 경쟁도 시장 발전을 막아서는 한 요인이다. 한국 자산운용사들이 단기 성과에만 매몰돼 짧은 기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집중 투자’ ETF를 쏟아내다 보니 상품 안정성은 떨어지고 변동성은 심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날 기준 거래소가 분류한 변동성 등급 중 가장 높은 단계인 ‘매우 높음’을 부여받은 ETF는 총 415개로 전체의 41.71%에 해당한다.
거래소는 조회 기준일로부터 최근 1년간 ETF의 일간 수익률 표준편차를 연율화해 ‘매우 낮음(10% 미만)’부터 ‘매우 높음(25% 이상)’까지 5단계로 나눠 분류한다. 변동성 등급 ‘높음(20% 이상 25% 미만)’을 부여받은 ETF 수는 251개로 다음으로 많았다. 한국 ETF 10개 중 약 7개가 변동성 등급 ‘높음’ 이상을 부여받은 셈이다. 한 운용사의 ETF 운용역은 “최근 한국외 증시 호조를 감안하더라도 과도한 수치인 건 사실”이라며 “특정 테마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ETF가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운용사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상품 간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실제 전날 기준 순자산 총액이 50억 원을 넘지 못하는 ETF 수는 55개다. 특정 기간 순자산 총액이 50억 원을 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 종목으로 지정된다. 운용 업계가 흥행 마지노선으로 평가하는 500억 원 미만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해당되는 ETF 수는 무려 562개로 전체의 56%에 달했다. 사실상 ETF 둘 중 하나는 투자자들의 관심 밖에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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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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