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예술은 어떤 의미일까요? 가끔 미술관에 들르거나 음악회에 갔을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 예술을 향유한다는 말이 아마도 약간은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친하지 않은 부잣집 친구집에 초대된 아이처럼 어정쩡한 느낌으로 그 곳에 있는 나. 예술의 향연이 아무리 멋지고 아름다워도 있는 자리가 편치 않다면 좋은 기억으로 남기 어렵습니다. 향유는 내가 주인공인 자리에서 능동적으로 일어나는 삶의 감흥이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예술은 여전히 낯설고 어색합니다. 사람들은 굳이 불편함을 느끼기 위해 시간과 마음을 쓰지 않아요. 퍽 오랜 세월, 예술의 의미와 가치를 알리려고 애써왔는데요. 다양한 강좌들을 기획, 주관했는데 그 때는 주로 예술을 학문으로 배우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예술의 기원과 역사 등 지식을 기반으로 한 강의들이었죠.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흥미로운 내용들이었지만, 예술은 그냥 공부에 머물렀습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에 가기를 어색해하고, 나는 예술 몰라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런데, 예술을 ‘모른다’는 말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예술은 지식의 영역이 아니라 감각의 영역이 우선하거든요. 그러므로 알고 모르고 보다는 무엇을 느끼는지 나의 감각에 집중해야죠. 바로 그 감각 훈련이 예술 향유의 핵심입니다. 사실 우리는 배운 적이 없잖아요. 음악을 듣고 어떻게 반응하면 되는지, 그림을 보고 무엇을 감각하면 되는지, 책을 읽고 어떤 걸 새겨두면 좋은지. 구체적인 향유의 방식을 보고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가지 향유법을 알려드리려고 해요. 바로 예술 앞에서 나의 감정에 집중하기인데요. 그냥 집중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한 단어, 한 문장을 떠올려보는거예요. 즐겁다, 황홀하다, 외롭다, 고독하다 등 예술 앞에 선 나의 심상을 알아채보는 겁니다. 그 심상을 기록해놓는다면 제대로 예술 향유겠지요. 물론 예술이 이토록 대단하다고, 훌륭하다고 외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예술에 대한 오해가 풀리기를, 경직이 말랑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예술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우리들의 광장입니다. 음악, 미술, 문학, 아무리 위대한 예술도 듣고 보고 읽는 나 없이는 아무 것도 아니니까요. 나는 향유의 주체이고 인생의 주인공입니다. 내 삶의 모든 요소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므로, 그게 무엇이든 두려울 것 없어요. 예술을 향유하면 인생이 재밌어집니다. 나를 더 잘 알게 되고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요. 우리 사회, 나아가 세상에 대한 유연한 시선과 넓은 시야를 갖게 됩니다. 예술, 우리 삶의 가장 좋은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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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영 (주)즐거운 예감 한점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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