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다이허(北戴河)는 중국 허베이성 보하이만에 접한 유명한 해변 휴양지로,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km 떨어진 곳에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여름 비밀회의가 열린다. 1950년대 마오쩌둥 시대부터 이어지는 관례로 중국 공산당 전·현직 지도부가 모여 비공개리에 중요 현안을 논의해왔다.
과거에는 지도부 인사 문제도 당의 원로와 각 계파가 모두 모인 이 회의에서 사실상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시진핑 집권 이후 베이다이허 회의의 위상이나 기능이 크게 약화됐다는 분석이 많다.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시진핑 집권 이후 당내 토론 문화가 현저히 위축됐다, 그 결과 이 회의는 오히려 더욱 은밀한 권력 협의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은퇴한 원로와 현직 지도부가 공식 기록에 남지 않는 방식으로 정치적 균형과 정책 방향을 조율한다. 따라서 표면상으로는 조용한 휴양지 모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중공 정국의 향배를 가름 하는 숨겨진 전장에 가깝다는 평이다.
특히 후계 구도가 사실상 사라지고, 시진핑의 장기 집권 체제가 굳어지면서, 이 회의의 성격도 달라졌다.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 봉쇄된 구조 안에서 유일하게 원로들이 현직 지도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통로가 바로 이 베이다이허 회의라는 것, 때문에 ‘숨겨진 정치국 상무위원회’라는 표현이 과장만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베이다이허 회의에 올해 들어 부쩍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홍콩의 친중 매체 ‘성도일보’에 따르면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는 8월 상순부터 2주간 일정으로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이 보다 앞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8월 중국에서 대규모 콘클라베(Big Conclave)가 열린다’고 발언해 그 발언의 배경과 관련, 진작부터 베이다이허 회의에 특히 주목이 쏠려왔다.
콘클라베는 가톨릭에서 교황을 선출하기 위하여 추기경들로 이루어진 선거인단과 그 선거를 하는 비밀회의를 뜻 한다. 그러니까 베센트의 발언은 중국 공산당이 새로운 교황을 뽑듯 다른 지도자를 선출하게 될 것이라는 뉘앙스로도 들리는 것이다.
‘8월 중국에서 열리는 대규모 콘클라베’는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를 말하는 것일까. 베센트 장관 발언의 진의를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일단 두 가지 중 하나라고 짐작된다.
그 하나는 중국공산당의 20기 중앙위원회에서 여는 제4차 전원회의(4중 전회)로 보인다. 4중 전회는 원래 지난해에 열렸어야 하나 연기돼 올해 8월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또 다시 10월로 연기됐다.
자연히 남은 하나는 베이다이허 회의다. 이 회의는 당 원로들이 모여 중국의 정세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를 하는 자리다. 법적인 의결기구는 아니다. 그러나 가톨릭의 콘클라베같이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 추측을 낳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고 있나.
중국공산당은 미중 경쟁, 외자 이탈, 장기 침체, 당내 불안정이라는 ‘4중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다가 당내에서는 시진핑의 독주 체제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절대 권력처럼 보였던 시진핑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른 말이 아니다. 2025년은 시진핑 체제의 전환점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바닷바람이 시원한 여름날의 베이다이허, 여기에서 중국공산당 앞날에 새로운 장이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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