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상원에서 미국 시민권자의 이중국적(복수국적)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미주한인사회가 술렁이는 가운데 선천적 복수국적 한인 2세 자녀를 둔 부모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법안은 미국 시민이 다른 나라 국적을 보유할 경우 1년 내에 반드시 하나를 포기하도록 요구하며, 기한 내 선택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을 상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선천적 복수국적자와 65세 이상 재외동포에 대해 일정 조건 아래 복수국적을 인정하고 있다.
이 법안의 통과 여부는 크지 않으나 미국이 이중국적을 금지하게 되면 한인동포들의 피해가 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 시민권자가 한국 국적을 유지할 수 없게 될 경우, 출입국 절차는 물론 한국 내 부동산 보유, 상속, 금융 거래 등 생활 전반에 큰 변화가 생긴다.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한인 2세들에 대한 피해 역시 자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국적 문제로 연방 공무원이나 공직 진출, 사관학교 진학 등이 막히게 되고 승진 등에서 불이익이 예견된다. 국적이탈 신고 기간을 놓친 남성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경우 병역 의무가 종료되는 만 38세 이후에만 국적이탈이 가능해 상황은 더욱 난해해진다. 여성 복수국적자에게 병역의무는 비껴가나 남성들과 마찬가지 피해가 발생한다.
지난달 21일 한국 국회에서는 진성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국적 자동상실제도 쟁점과 해결방안’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서는 한국 국적법의 독소 조항들로 인해 한인 2·3세들이 떠안아야 하는 족쇄를 근본적으로 풀어줄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들이 논의됐다. 현재의 선천적 복수국적법은 누가 봐도 불합리하다. 한국에서 태어나 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자동으로 한국국적이 자동상실되는 반면 해외 출생의 2세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선천적 복수국적이라는 굴레가 씌여지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한인 2세들은 자신이 선천적 복수국적으로 인한 이중국적자라는 사실조차 전혀 인지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부당함에 대해 13년째 선천적 복수국적법 개정에 매달려 온 전종준 변호사는 이미 5차례 헌법소원을 제기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까지 받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없었다. 이번 간담회에서도 전 변호사는 ‘국적 자동상실제’ 도입이 선천적 복수국적법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임을 강조했다.
한국 정치인이 미주동포사회를 방문할 때마다 ‘해외동포를 위한 공약(公約)’을 약속하지만 번번이 말 뿐인 공약(空約) 일쑤였다. 그동안 ‘국민 정서’ ‘병역 형평성’ 등을 핑계로 법 개정을 미뤄온 국회의원들의 태도는 책임 회피이고, 직무유기이다. 이제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이번 기회에 국회는 2005년 발의돼 20년간 이어져 온 속칭 ‘홍준표법’을 확실히 개선해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글로벌시대 한인 2·3세들의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 모국이 재외동포 후세들의 앞길을 가로막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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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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