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캠퍼스에 닷컴 창업 열풍이 불면서 하버드 대학이 기숙사 내에서 학생이 돈을 버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종래 규정을 바꾸는 상황까지 생기게 됐다고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오한 슐라이어 스미스와 그레그 트셍 등 2명의 하버드대 3학년생들은 지난해 벤처기업을 창업함으로써 교칙을 어기게 됐다. 이들은 대학서점에서 물리학 서적을 112달러에 구입한 후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이 책을 60달러면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분개한 나머지 직접 할인서적을 판매하는 인터넷 서점 플라잉치킨스 닷컴(FlyingChickens.com)을 만들었다.
문제는 이들이 이 닷컴 벤처를 구상하고, 만들고, 영업한 곳은 바로 이들이 살고 있는 하버드대 기숙사라는 점. 하버드대 교칙은 ‘기숙사 거주자들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기숙사에서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버드는 학생이 학교 안에 머무는 것은 공부를 위해서이지 돈을 버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한 규정에 상관없이 많은 학생들이 기숙사 안에서 많은 닷 컴 벤처를 창업해 왔다. 세계적인 컴퓨터 회사 델 컴퓨터의 사업구상과 실천은 지난 83년 창업자인 마이클 델의 텍사스대학 기숙사에서 이뤄졌다. 빌게이츠는 하버대 대학 안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의 기초를 다졌다.
전국대학인사행정협회가 10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대학들은 학칙에 학내에서의 사업활동을 금지하고 있었다. 결국 학생들은 이러한 학칙을 피해 사업을 하기 위해 여러 가지 편법을 써왔다.
하버드대 기숙사생인 맷트 에벨과 앤드루 정은 대학 학사일정과 쇼핑 관련 포털 사이트를 만들면서 자신들에게 오는 모든 우편물은 대학 밖의 동아리그룹 모임장소로 전달되도록 했다. 에드 베이커와 같은 방 친구들은 데이트사이트 닷 컴을 만들면서 역시 별도의 우편물 박스를 임대해 쓰고 전화는 대학전화가 아닌 휴대폰만을 사용했다.
이러한 닷컴 열풍 속에 대학 당국도 학내에서 상업적 활동을 규제하는 규정이 디지털 이전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 이에 따라 하버드대는 지난달 캠퍼스내 사업금지 규정을 완화하기에 이르렀다. 학생들이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하는 어느 정도의 상업적 활동은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규정 완화에도 불구하고 하버드는 여전히 학생들이 돈을 버는 일을 위해 대학의 e-메일 서비스, 학생전화번호부, 대학 소장 도서 등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일리노이 대학의 경우 학생들이 하루에 500메가바이트 이상의 정보를 인터넷에 띄울 경우 사업 등을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일을 두 번 이상 하다가 적발될 경우 인터넷 접속을 할 수 없게 된다.
전반적인 학칙 완화 추세에 따라 학생들은 이제 공부와 사업을 양립시킬 수 있게 됐으나 공부와 사업간 균형을 맞추는 것은 30대 직장인들이 직장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뉴스위크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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