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영화
▶ ‘나, 나자신 & 아이린’(Me, Myself & Irene)
★★★(별5개 만점)
천박하고 냄새나고 욕지기나며 또 조악한 코미디를 쓰고 감독하는 형제팀 피터와 바비 화렐리의 작품으로 절반은 요절복통하게시리 우스우나 나머지 절반은 달리다 지친 사람처럼 비실비실 댄다.
두 형제의 최대의 히트 작으로 남성의 심벌과 정액을 고약하게 소도구로 사용, 상스러운 코미디의 신경지를 개척했던 ‘메리에겐 뭔가 있어’의 아기자기한 플롯과 파격적인 사이트 개그 및 활기 등이 이번에는 모두 염가 떨이 된 듯해 코믹한 만복감을 느낄 수가 없다. 금기파괴의 황당무계한 용기를 지닌 형세의 독창성과 재질이 벌써 다 소진된 것이나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만큼 영화가 구태의연하다.
찰리(짐 캐리)는 로드아일랜드의 주경찰로 사람이 너무 착해 온 동네사람이 조롱거리로 삼으며 하인 부려먹듯 한다. 그에게는 달아난 아내(백인이다)가 남긴 세명의 지능지수가 높은 흑인 아들들이 있는데 왜 이들이 흑인인지는 묻지를 마시라. 세 아들을 극진히 사랑하는 찰리는 자식들에게 흑인처럼 크라고 지도, 녀석들은 입만 열었다 하면 F자 상소리를 쏟아놓는다.
온갖 수모와 분노를 안으로 삭이던 찰리는 더 이상 압력을 못 견뎌 내재했던 이중성격이 드러나면서 행크가 된다. 행크는 소심한 찰리와는 정반대의 인간으로 술과 음탕한 섹스를 좋아하고 욕과 거짓말을 잘하고 또 매우 폭력적인데 음성은 지하귀신의 것처럼 저음이다.
찰리가 자기 동네에서 체포된 아름다운 히트&런 혐의자 아이린(르네 젤웨거)을 뉴욕으로 호송하면서 온갖 해프닝이 일어난다. 차로 길을 달리는 동안 수시로 사람이 바뀌는 찰리와 행크가 모두 아이린을 사랑하게 되면서 삼각관계가 발생하고 찰리와 행크는 서로 아이린을 차지하려고 주도권 쟁탈전을 벌인다.
화렐리 형제의 주특기인 차마 눈뜨고 보기 괴로운 구린내 나고 기상천외한 사이트 개그들이 있다. 항문에 부리를 박은 닭, 갓난아기가 빨던 어머니의 부푼 유방을 빨아대는 행크, 세면대 위의 항문 세척, 사방팔방으로 오줌줄기가 뻗어나가는 소변 장면 그리고 젖소의 콧구멍을 손가락으로 막아 질식사를 시도하는 행크 및 개똥등. 그러나 똥오줌을 보며 즐기는 것도 한두번이지 이제는 거부감이 인다.
찰리가 행크로 변하면서 신나게 못된 짓을 하는 전반부는 그런 대로 즐거우나 후반 들어 영화가 로드 무비로 되면서 이야기가 단순해지고 또 전체흐름과 분위기가 김샌 맥주처럼 맛이 텁텁하다. 이 영화는 오로지 고무얼굴 짐 캐리의 뛰어난 표정과 제스처 연기에 의해 지탱하고 있는데 그의 코믹한 연기는 가히 천재적이다. 유감스러운 것은 연기파 젤 웨거가 역에 맞지 않는다는 점. 캐리와 젤 웨거간에 전연 불꽃이 튀질 않는 데도 둘은 이 영화를 계기로 애인이 됐다. 등급R. Fox. 전지역.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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