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공격도, 폭격도 멈추었다. 그러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여전히 봉쇄돼 있고 역봉쇄를 통한 미국의 경제 제재도 계속되고 있다. 불안한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할까. 그런 가운데 미국과 이란의 입장차이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무엇이 협상을 어렵게 하고 있나. 현재 이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다. 그 IRGC가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게 있다. 핵무기 개발, 거대 미사일 병기창 확보, 그리고 헤즈볼라, 하마스 등 테러 네트워크 대리세력 지원. 이 세 가지다.
체제가 무너지는 상황이 올지라도 이 세 가지 야망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게 IRGC의 기본입장이라는 게 더 스펙테이터지의 설명이다.
이 세 가지는 트럼프행정부로서는 결코 받아드릴 수 없다. 역내 미국의 동맹들도 같은 입장이다. 그 중에서도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의 입장은 더 강경하다. 이란의 시아파 회교공화국 신정(神政)체제, 그 자체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 체제의 속성상 공존이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오래 전 그 같은 결론을 내렸다. 뒤늦게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은 걸프지역의 아랍 국가들이다.
이번 전쟁에서 이란이 퍼부은 미사일과 드론의 83%는 걸프 지역의 아랍국들이 타깃인 것으로 밝혀졌다. 교전당사국도 아닌 아랍 국가들이 더 심한 공격을 받은 것이다. 이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아랍국들을 굴복시킨 것이 아니라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더나가 미국과 이스라엘과의 전략적 관계 강화를 가져오게 한 것이다.
이 신정체제가 그렇다. 일종의 ‘천년왕국의 미몽(迷夢)’에 사로잡힌 광신적 집단이다. 그들에게 배교자들은 오로지 박멸의 대상일 뿐이다. 이를 위해 이 체제는 지난 반세기 동안 막대한 오일 머니를 핵과 미사일, 테러집단 지원에 퍼부어왔다.
지난해 12일 전쟁에서 이란은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그 야망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자 바로 핵, 미사일, 그리고 테러 네트워크 재정비 작업에 착수 한 것이다.
미국의 ‘장대한 분노 작전(Operation Epic Fury)’결과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40여명의 고위 지도부 전원이 제거되고 군사시설은 물론, 경제 인프라도 무너졌다. 그런데도 야망을 버리지 않고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광신에 가까운 확신라고 할까 하는 그들의 집착이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IRGC의 강경파들은 계속 싸움으로서 체제가 생존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핵과 미사일 그리고 테러 네트워크 지원, 이 세 가지 야망도 동시에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유는 자신들이 미국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다는 나름의 계산에서라는 것.
그러면 과연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미국의 역봉쇄 작전 결과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병사 급료 지불, 민병대 등 탄압기구 유지에도 자금이 달린다. 그럼에도 불구, IRGC 강경세력은 끝까지 저항할 것으로 보인다. 광신적 이데올로기에 사로 잡혀 있다. 그리고 체제가 무너지면 성난 이란 국민들에게 맞아 죽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끝가지 저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거다.
문제는 국민봉기를 저지하기 위해 불러들인 외국용병집단들이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지 출신의 이 용병들은 급료가 지급되지 않으면 바로 떠난다. 하이퍼인플레이션에, 결단 난 경제, 거기에 겹친 식량난에 식수난. 체제 유지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위급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제붕괴는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는 게 일각에서의 예측이다. IRGC와 바시지 민병대는 총을 쥐고 있다. 1월 시위 때 4만 명 이상을 학살했다. 이런 그들이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올 것에 대비, 거리 곳곳에서 총칼을 번득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덤의 정적’이라고 할까. 그런 흐름 가운데 가고 있는 것이 테헤란의 시계다. 워싱턴의 시계는 다른 리듬으로 가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에서 미국이 한 중요고비를 맞게 되는 시기는 9월 초로 11월 중간선거의 표심(票心)이 대체로 정해지는 때다. 그러니까 그 전까지 트럼프는 이란전쟁에서 뭔가 가시적인 효과를 내려들지 않을까 하는 게 적지 않은 관측통들의 예상이다.
중간선거 정국의 흐름, 지지부진한 협상, 그리고 장기화되고 있는 교착상태. 이런 것들이 압력으로 작용해 트럼프 행정부는 머지않아 폭격재개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미국의 전쟁부가 ‘최후의 일격’(final blow)으로 불리는 대규모 군사 작전 선택지를 준비 중이라는 악시오스의 보도에 이어 미군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 새로운 군사작전을 브리핑 했다는 이스라엘 N12 방송의 보도에서 그 같은 움직임의 일단이 포착되고 있다.
이 ‘최후의 일격’의 최우선 타깃은 IRGC 강경파 세력이 될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의 사실이다. 거기에다가 이란의 주요 교량, 발전소, 석유 터미널 등 그동안 이란국민을 배려해 폭격 리스트에서 제외시켰던 인프라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을 말하고 있나. 폭격재개는 사실상 이란 신정체제 종식(regime change)을 겨냥한 끝내기 게임이 될 것이라는 게 아닐까.
트럼프로서는 일생일대의 결정을 내려야하는 그런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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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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