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페이버 해밀턴에게 난관은 한꺼번에 들이 닥쳤다.
나이는 어느새 삼십고개를 넘었고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큰 수술을 받았다. 오빠의 자살로 견디기 힘든 비극을 경험했다.
"이같은 잇달아 발생한 일들은 나의 인생을 바뀌 놓았다"
빼어난 미모의 해밀턴은 이렇게 말문을 연다.
중거리 육상선수인 해밀턴은 한때 달리기실력보다 영화배우 뺨치는 용모로 더 유명했다. 그녀는 육상경기의 재능은 탁월했지만 공교롭게도 세계선수권대회나 올림픽 결승에는 한 번도 진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해밀턴은 현재 새로운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아킬레스건 부상에서 회복한 해밀턴은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이같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해밀턴은 지금 하나의 분수령을 넘고 있다.
그녀는 금년들어 1,500미터 달리기에서 4분 5초13으로 미국 최고기록을 세운 것을 비롯, 3,000미터(8분 46초16)와 5,000미터(15분 6초48)에게 각각 국내 신기록을 수립했다.
지난 주말에는 오리건주 유진에서 벌어진 프레포테인 클래식 육상경기대회 1,500미터 달리기에서 작년 최우수 여자선수로 선정된 루마니아의 가브리엘라 사보를 시종일관 리드하다가 결승점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아깝게 2위를 차지했다.
"나는 과거와는 다른 자세로 경기에 임한다. 참가하는 대회마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올해 31세인 해밀턴은 작년 4월 아킬레스건 부상 이후 시즌 거의 전부를 쉬어야 했다.
해밀턴은 자신이 작년 시즌을 결장한 것이 오히려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위스컨신 대학시절 그녀에게 NCAA(미국대학체육연맹)기록인 아홉 개의 타이틀을 가져다 준 코치 피터 티즌도 같은 생각이다.
부상덕분에 해밀턴은 휴식을 충분히 취할 수 있었다. 지난 9월 훈련을 재개했을 때 그녀는 컴백을 위해 스피드보다는 지구력을 배양해야 했다.
"수지는 갑자기 장거리 경기를 좋아하게 됐다. 그녀는 탄탄한 기초를 닦았기 때문에 부상당하기 전보다 오히려 컨디션이 우수한 상태다"
티즌은 말한다.
해밀턴이 트랙에 컴백하기 직전 그녀처럼 예술에 조예가 깊은 오빠 댄이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댄은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오빠가 앓았던 병의 퇴치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경기에 임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는 이것은 바로 고독의 질병이다"
오빠의 이름은 댄 페이버로 그녀는 오빠를 기리기 위해 처녀때의 성인 ‘페이버’를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빠가 세상을 떠난 후 해밀턴은 스테인드 글래스제작과 모자이크등 예술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오빠가 만들어 준 예술품 몇 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큰 행복이다. 이것들은 내게 매우 소중한 것이다. 나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작품을 열심히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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