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모든 인간사의 성공여부는 그것을 판단하는 기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평양 정상회담도 예외는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곧 적과 적인 두 정상이 서로 만나 웃고, 껴안는 모습을 두 동강난 민족에게 보여 준 것만도 성공이라고 강변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겉치장의 정치 선전물이 성공의 기준이라면 다른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앞당기는, 좀 더 알찬 회담을 바랬던 남북한 사람들에게는 이번 회담은 많은 회의와 걱정을 남겼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두 정상이 만나서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남북 공동성명을 내놓았으나 많은 부분이 애매하다. 특히“민족 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킨다"는 대목은 남한의 자유 민주주의적 시장경제가 북한의 1인 독재적 통제계획 경제와 어떻게 균형을 지키면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아하다. 민족 경제의 균형된 발달이라는 것이 곧 북한을 재생시키기 위한 남한의 경제원조를 의미한다면 김대중 정부는 남한 주민들, 특히 납세자들에게 그 경제원조의 규모, 기간 및 대상이 되고 있는 사업 등을 널리 알려야 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둘째, 북한에 대한 경원의 대가가 과연 무엇인지를 국민들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고 본다. 무조건적 원조, 즉 무대가, 무보상의 경원도 있을 수 있다. 아마 그런 경원이 제일 쉽고, 또 북한이 바라는 것일지는 모른다. 그러나 남한의 경원이 북한주민의 의식주만을 도와줄 뿐 그들의 삶의 질을 원천적으로 향상시키지 못 한다면 과연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냐는 문제가 대두된다. 즉, 북한주민의 의식주 생활만 도와주는 경원이라면 이는 정작 그들에게 심한 통제를 가하고 개인의 존엄을 무시하는 현 북한체제를 더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마지막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주민의 인권문제에 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적어도“북한 주민들이 좀더 자유롭게 살게 되기를 바란다”는 정도의 의례적 언급은 할 수 있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노벨 평화상 대상자로 추천되기도 한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주민의 인권과 자유에 관해 한마디도 안한 것은, 물론 정책적 배려이긴 하겠지만, 김대중이라는 개인에게는 도덕적인 짐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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