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기간 동안 LA 다운타운 윌셔 그랜드 호텔 2층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정치인과 미국 정치인, 한국에서 날아온 한국 국회의원들이 뒤섞여 북적댔다. 15일 한미 민주당협회가 주최한 오찬에는 5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한인들 행사에 미국 정치인들이 찾아 오는 것은 이제 별 뉴스도 아니지만 이날 모임에 참석자들은 보통 때보다 격이 한단계 높았다. 하비에 베세라 연방하원의원과 빌 로키어 가주 검찰총장등 귀에 익은 인물 외에 아시안으로 첫 장관에 기용된 노먼 미네타 상무장관과 본토에서 첫 아시아계 주지사로 당선된 게리 락 워싱턴주 주지사가 기조연설자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미네타 장관은 “58년전 태평양전쟁 발발과 함께 철망이 처진 강제 수용소로 끌려 갔던 일본계 소년이 장관 자리에 앉을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옛날을 회고한 뒤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뭐든 성취할수 있는 나라”라고 감회에 젖었다. 뒤를 이어 등단한 록 주지사도 “내 할아버지는 금세기초 미국에 와 지금 내가 집무하고 있는 주지사 맨션에서 1마일 떨어진 곳에서 하우스보이로 일했다”며 “이제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은 손님이 아니라 이 나라 주인으로 법과 정책을 만드는 일에 백인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날 행사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정치 집회였음에도 ‘정치는 남자가 하는 것’이란 통념을 깨려는 듯 한인 여성들의 모습이 유달리 많았다는 점이다. 사회를 맡은 앤젤라 오 변호사를 비롯, 워싱턴주 교역장관으로 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을 겸하게 된 마사 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비서실장으로 재직중인 오드리 최, 민주당 가주 당원모집 총책임자인 코트니 퓨등이 모두 한인여성이다. 전국적으로뿐만 아니라 LA지역 시의원, 검찰, 연방 및 주의원 보좌관 중에도 남성보다 오히려 여성들의 활약이 더 두드러진다.
올해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고어의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여성표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이 한인 여성을 유달리 부각시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당내 한 관계자는 한인여성 파워와 관련, “민주당이 아시안등 소수계 여성을 적극 영입하고 있는데다 보수적 성향의 아시안 남성에 비해 여성쪽이 더 리버럴해 민주당쪽에 맞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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