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스윙 보터’
▶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
"’사커 맘(soccer mom)’은 잊어 버려라." 지난 96년 대선에서 클린턴이 압도적 지지로 재선에 성공할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던 유권자층은 소위 ‘사커 맘’이라 불리우는 중산층 여성들의 몰표였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극성 ‘사커 맘’들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계층이 선거 판세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당 선거 전문가들이 면밀한 분석을 통해 이번 대선의 향배를 가늠할 열쇠를 쥐고 있는 ‘스윙 보터’들로 지목하고 나선 것은 디지털 시대에 탄생한 ‘와이어 접속 근로자들(wired workers)’이다. 이들은 90년대 후반 ‘신경제’가 탄생시킨 신흥 근로계층이다. 온라인 비즈니스에 종사하거나 이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로 문자 그대로 인터넷을 제 손 쓰듯 할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비중은 무엇보다도 숫자에서 드러난다. 96년 ‘사커 맘 공략’이라는 클린턴의 재집권 플랜을 수립했던 민주당의 뛰어난 전략가 마크 펜은 ‘와이어 접속 근로자’로 분류될수 있는 유권자가 무려 3,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본다.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우선 숫적으로만 봐도 이들의 표가 몰리는 쪽에 서 있는 후보가 백악관의 새주인이 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새로운 ‘스윙보터’인 이들은 몇가지 특징을 나타낸다. 소득수준은 연 5만5,000에서 8만달러 정도로 일반 근로계층 소득 4만3,000달러보다 높다. 대부분 교외지역 사무실에서 근무하며 규격보다는 자유로움을 중시하는 태도들을 보인다.
그래서인지 사회적으로는 진보적 성향이 두드러진다. 총기규제와 낙태를 찬성하고 민권문제에도 호의적이다. 일반적으로 고어의 정책적 입장에 가깝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주식소유자가 대부분인 이들의 경제적 입장은 부시쪽에 가깝다. 감세와 스쿨 바우처 프로그램을 찬성하고 소셜시큐리티 기금의 주식투자도 환영하고 있다. 또 일정 결과를 보장해 주는 시스템인 ‘소수민족 우대법’에도 부정적이다. 그러면서도 교육투자 확대와 직장내 인종 다양화는 적극 지지하는 다소 상충된 입장을 보인다.
한마디로 ‘와이어 접속 근로계층’은 대단히 복합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양 진영으로서는 이들을 공략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 성향에서 드러나듯 진보적 메시지와 보수적 메시지를 적절히 혼용하는 캠페인을 벌이지 않는한 절대적지지 확보는 난망하다. 고어가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수락 연설로 ‘홈런’을 날렸음에도 일부 민주당 관계자들을 우려케 한 것은 바로 그가 연설에서 지나치게 ‘못가진 자’와 ‘가진 자’를 대비 시켜 ‘못가진자’의 권익을 대변하겠다고 강조하고 나선점 이었다. 이들이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새로운 스윙보터들로부터의 역풍이다.
부시는 30일 CNN방송에 나가 각종 잇슈를 놓고 첫 온라인 인터뷰를 가졌다. 바쁜 캠페인 일정 속에서 부시가 온라인 인터뷰에 나선 것은 바로 거대한 신흥 계층인 이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거의 24시간 컴퓨터를 마주하고 있는 이들에게 기존의 TV와 신문 광고 캠페인은 과거보다 효과가 훨씬 미미해 졌다. 앞으로 10주 남은 캠페인 기간중 어느 후보 진영이 ‘와이어 접속 근로자’ 공략을 위한 효율적인 접근 방식을 개발하느냐가 선거 판도를 좌우할 중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이 등장했다 사라지곤 하는 ‘스윙 보터’들. 그리고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그 흐름을 열심히 쫒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바로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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