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연극배우 백성희씨는 가끔 `물 연기론’ 을 펼친다. 물이 담기는 용기에 따라 변하듯 연기자도 배역에 따라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데뷔 19년만에 일일 드라마에 처음 출연하는 MBC `온달 왕자들’ 의 최명길(38)은 물 같은 여배우다. 만삭의 몸으로 연기한 `용의 눈물’ 의 원경왕후 역과 출산 후 2년만인 올초 출연한 시트콤 `깁스가족’ 의 푼수 작가 역은 양 극단의 배역이지만 시청자의 탄성을 자아냈다.
16일부터 방송된 `온달 왕자들’ 에선 그가 동생 같은 네 자식을 둔 후처역을 맡았지만 천연덕스럽다. 그는 “드라마 캐릭터를 설정하는 것은 작가와 연출자의 몫이지만 그것을 토대로 분석과 연기 훈련을 통해 살아있는 캐릭터로 재창조하는 것은 연기자의 몫이다” 고 말한다. 드라마 선택에 유난히 신경을 쓰는 그지만 일단 맡으면 대본을 100회 이상 숙독하는 등 배역을 육화하려는 노력이 철저하다.
미니 시리즈나 대하 드라마에서 카리스마가 있는 역을 주로 연기했기 때문에 그에게서는 먼저 강인한 이미지가 연상된다. 그러나 홈 드라마인 일일극에선 강성 이미지에서 벗어나 일상성을 소화해내야 한다. “드라마가 끝난 후 시청자들이 즐거움과 함께 되새길만~um 감동을 받았다는 말을 듣도록 노력하겠다.”
즐겨 입는 단색 정장, 움직임이 적은 자세, 느릿하고 조용한 말씨의 그가 가을 날씨속에서 더 차분해 보인다. 그는 이야기 도중 극중 딸로 나온 샛별(7)이 먹는 것을 부지런히 챙긴다. 그는 결혼 후 엄마로서의 일상에 많이 젖은 모양이다.
배우에게 실생활은 연기의 토양이다. 그는 약간 들뜬 어조로 말한다. “결혼과 출산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었고 생활에 활력을 주었다. 일상에서나 연기에서 주위 사람들을 한번 더 둘러보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드라마 촬영 기간에 남편(김한길)이 문화관광부장관으로 입각, 주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그는 “배우를 천직이라고 생각하므로, 그런 일로 영향을 받지 않으려 한다” 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제 방송ㆍ연예면 신문기사와 함께 문화관광 관련 기사에 눈길이 간다는 그는 가판 신문챙기는 것에서부터 예의범절에 한층 신경을 쓰는 눈치다.
시청자는 장관 아내로서보다 연기자로서 최명길을 먼저 생각할 것이다. 내조 잘 하는 최명길보다 `온달 왕자들’의 연기자로서 최선을 다할 때 보다 많은 박수가 보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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