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에 살다가 이곳 뉴욕으로 온지 벌써 6개월이 지났다. 흔히들 동부사람들은 서부사람들이 너무 느긋해서 답답할 지경이라고 하고 서부사람들은 반대로 동부사람들이 너무 성급하다고 한다. 물론 지리적 환경과 날씨 등으로 지역주민들의 생활방식에 상이한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뉴욕생활을 하면서 한가지 불만이 있다면 이곳 사람들의 운전습관이다. 교통법규를 무시하는 것은 다반사이고 도무지 양보라는 것이 없고 기다리는 법을 모르는 듯 하다. 비보호 좌회전 교차로에서는 순서대로 가는 법이 없고 두세 차량이 겹치기로 함께 돌아간다. 빨간불 신호에 정지해 있다보면 파란불이 켜지기가 무섭게 뒷 차는 요란한 소리로 “빵빵” 거리며 경적을 울려댄다. 어련히 알아서 가지 않을까만. `Stop’ 신호가 있는 교차로에서도 도착한 순서대로 한 대씩 지나가면 좋을 것을 그마저도 무시하고 서너대가 한꺼번에 먼저 간다.
12년을 살았던 남부 캘리포니아의 경우도 출퇴근길이 교통지옥이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막힌 도로에서도 차선을 변경하는 차가 있으면 내 차 앞으로 들어오도록 자리를 비켜주고 Stop 신호에서도 오히려 먼저 가라고 양보해주는 것이 그 지역주민들이다. 뒷 차가 울려대는 짜증스런 경적소리도 거의 없다. 오히려 졸음운전자로 보이는 차량이나 야간 주행길에 라이트를 켜지 않은 차에게 안전을 위해 살짝 경적을 울려 알려주는 것들 이외에 불필요한 일로 요란스런 경적을 울리는 일이 없다. 게다가 서로 양보해주고 나서는 서로에게 손을 들어 감사의 표시를 해주는 것이 예의로 통한다.
뉴욕이 매력적인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운전자들의 운전습관을 보면 이곳 사람들은 잠시도 기다려줄 줄 아는 여유의 미덕이 없어 보인다.
시계를 보면 보통 디지털방식과 아날로그방식으로 나뉜다. 디지털 방식은 그때 그 시각에 보여지는 시간외에는 전혀 보지 못하는 한계성이 있어 사람을 작게 만든다. 그렇지만 아날로그 방식은 초침이 가르키는 시각의 앞뒤를 비롯, 하루 24시간이 모두 눈에 들어온다. 이것이 바로 삶에 있어서의 여유가 아닐까 싶다. 한치 앞이 아쉽고 급해 우리는 너무 디지털 방식대로 이민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돌아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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