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시행된 올해 수능시험에 ‘맞춤 아기’가 소재로 등장하였다. 즉 이를 비판할 수 있는 윤리적인 근거를 묻는 것이었다.
요즈음은 기성품 시대이다. 다양한 기성품은 각자의 개성적이고 다양한 취향에 가깝게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체험한 20년대에서 60년대까지만 하여도 맞춤시대였다. 옷이나 구두 하나를 구하려고 하여도 몸의 치수나 발의 치수에 따라 주문하는 디자인 대로 제작하였다. 인력과 시간이 넉넉하던 한가한 시절이었나 보다.
이 맞춤의 시대를 경과한 현재는 기성품 시대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기성품으로 충족시킬 수 있다. 그만큼 기성품이 다채·다양해졌고 맞춤 물건을 가질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맞춤 물건의 가치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맞춤 옷이다’ ‘이 집은 맞춤 집이다’… 등은 브랜드 취향의 사람들이 흔히 사랑하는 말의 시대이다. 이것은 기성품 보다 마음에 꼭 드는 것은 역시 맞춤 물건임을 말하고 있다.
‘맞춤 아기’라는 말에도 별로 충격을 받지 않는다. 이 경우는 약간 다르지만 방자한 사람들이 도전하고 싶은 소재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맞춤 아기’는 이미 매스미디어에서 발표한 것처럼 미국의 한 부부가 골수 질환으로 사경을 헤매는 딸의 유전자 치료에 쓸 세포를 얻기 위해 골수 유전자형이 딸과 동일한 동생을 배아(胚芽) 단계에서 ‘선택’하여 출산한 아기를 가리킨다.
미 의료계 일각에선 유전자 검사로 배아를 ‘선택 출산’한 점과, 치료를 위한 ‘의도적 출산’이란 점에서 비난하고 있지만,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괜찮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앞에서 말한 수능시험 문제에 대한 답은 ‘언제 어디서나 인간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고, 목적으로 대하라’는 칸트의 ‘인간 존중 사상’이라고 한다. 아주 중요한 지적이다. 만일 학생들에게 ‘맞춤 아기’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쓰게 한다면 시사문제를 바라보는 청소년의 눈과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맞춤 아기’의 출산 문제는 일단 유전공학 연구에 맡기고,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맞춤 아기’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가 유전자를 만능이라고 믿는다면 교육자의 설 자리가 없다. 후천적인 교육의 영향을 의심한다면 교육 시설은 필요없다. 어느 정도의 한계를 인정 하더라도 교육의 효과를 믿는 것이 우리의 출발점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성복을 가지고 맞춤 옷에 가깝게 보완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 작업은 가정과 학교의 상호 협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교육의 목표를 세운다. 이 경우 어떤 인간으로 키우고자 하는가의 목표가 뚜렷하며, 성공의 의미도 확실해야 할 것이다. 또한 효과적인 교육 방법의 연구가 있어야 하며 개성 신장, 창의성 함양의 방향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유전자 변형 기술과는 관계가 없는 후천적 교육에서 얻을 수 있는 ‘맞춤 자녀’ 만들기이다. 이 방법에서도 인간 존중 사상이 뒷받침을 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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