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달 저 달 지나고 3월 3일 다다르니 , 강남서 나온 제비 옛 집을 찾으려 오락가락 넘놀 적에, 놀부 사면에 제비집을 지어놓고 제비를 불러모으니 그 중 팔자 사나운 제비 한 쌍이 놀부 집 제비집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안으려 할 제, 놀부 놈이 주야로 대령해 있다가 가끔 가끔 만져본 즉. 알이 다 곯고 다만 하나만 깨였는지라, 날기 공부 힘쓸 제 구렁 뱀은 아니 오니, 놀부 민망 답답하여 제 손으로 새끼 제비를 잡아내려 두 발목을 자끈 부러뜨리고, 제가 깜짝 놀라서 하는 말이 “가련하다, 이 제비야” 하고 자개 껍데기를 얻어 찬찬 동여 뱃놈의 닻줄 감 듯하여 제 집에 얹어 두었더니..’”
이는 고전 ‘흥부전’에 나오는 내용이다.
동생 흥부가 제비 다리를 고쳐주고 나서 부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안 형 놀부가 다음해 봄 강남에 갔던 제비가 돌아오자 제비를 잡아서 다리를 부러뜨리는 대목이다.
욕심 많은 놀부가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듬해 봄에 제비로부터 박씨를 하나 얻어 그 박이 열려서 박을 타게 되고, 박 속에서 금은보화가 아닌 무서운 도깨비들이 나와서 패가 망신한다는 이야기가 대체적인 줄거리라고 할 수 있다.
<흥부전>의 주제는 선을 권하고 악을 벌한다는 ‘권선징악’이겠지만 우리는 마음씨 나쁜 놀부의 ‘선을 가장한 악’의 말로를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한 해를 보내는 연말이 되면 한인사회에는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는 각종 행사들이 펼쳐진다. 훈훈한 온정의 손길이 이 곳 저 곳에 미치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한인사회의 연례행사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추수감사절을 전후한 각 한인단체의 ‘불우 이웃 돕기 사랑의 터키 전달’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가정폭력의 비극으로 엄마를 잃고 아빠는 감옥에 수감됨으로써 홀로 남은 한인 청소년, 귀가 길에 불의의 습격을 받아 사망한 가장을 잃고 생계가 막막한 한 한인가정 등을 도와주는 온정의 손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홈레스들에게 헌 옷을 기증하는 한인들, 거동이 불편한 한인 노인들의 집을 방문하여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한인들, 가난한 한인 자녀들을 위해 장학금을 선뜻 건네는 한인들...
성경의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처럼 남 몰래 선행을 베푸는 한인들도 있다.
이처럼 한인사회는 선행을 베푸는 한인들로 인해 추운 겨울을 따스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행을 ‘생색용’이나 ‘개인 영달 수단용’으로까지 이용하는 한인들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물론, ‘생색용’으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선행을 유도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라고, 이웃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나 몰라라’하는 한인들도 있는 데 자신의 선행을 남에게 알리는 것이 ‘뭐 그리 나쁜 것이냐’고 주장하는 한인들도 있을 것이다.
옛 성현들은 “악을 행하고 나서 그것이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직 선한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선을 행하고 나서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그 선을 행하는 마음에 악의 뿌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선한 일을 하는 것은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며, 선행은 자신이 마음으로부터 진정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은 거짓으로 선한 일을 하다보면 결국은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되기 때문이라는 뜻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새 천년 한 해를 마무리하고 21세기를 앞두고 있는 연말!
한인사회에 ‘놀부 마음’이 아니라 ‘흥부의 마음’으로 선행을 베푸는 한인들이 더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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