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고비를 한참 넘기고 있는 친구들을 요즈음 만나면 한결같이 빠지지 않는 화제가 있다. “남편 잔소리가 늘었다”, “남편이 어디 갈 때마다 함께 가자는 통에 귀찮아주겠다” 등등 남편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들이다. 젊었을 때에는 집 밖으로만 나돌던 남편이 귀밑에 흰 머리가 늘어가면서 공연히 부엌까지 따라 들어와서는 시시콜콜 간섭을 한다는 것이다. 남편에 대해 은근한 자랑인지 정말 푸념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우리도 이제 정말 호랑이 나이가 된 거니?”하면서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린다.
남편을 하늘처럼 받들기로 유명한 일본 아내들이, 남편이 은퇴한 뒤 퇴직금을 받아 오면 공손히 두 무릎 꿇고 앉아 돈 봉투를 받아들고서는 “그동안 폐 많이 끼쳤습니다. 이제 이혼하겠습니다.”라고 한다는 이야기도 우리들의 스트레스를 화끈하게 풀어주는 우스개로 등장한다.
학자들은 45세부터 55세까지 시기를 ‘제2의 성인기(成人期)’라고 부른다. 바로 우리가 말하는 ‘갱년기’다. 삶의 언덕을 넘는 기운이 달라지고, 그 언덕 위에서 보는 인생과 세월의 풍치가 이전과는 사뭇 차이가 나는 때인 것이다. 물론 남자들에게도 이것은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 동창 모임에서 신경정신과 의사인 후배가 이 시기에 대해 강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갱년기가 되면 남성은 남성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점차로 여성화되고, 여성은 반대로 남성 호르몬의 분비가 늘어나 점점 씩씩해진다는 것이다. 50세 이상의 여성은 당뇨병·심장병·암에 걸리지 않는 한 92세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반면에 남성은 여성보다 열등해서, 통계적으로 봐도 40대에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대부분이 남자라는 것이다.
그 날 그녀가 촛점을 둔 것은 이런 고비에 접어든 여성이 어떻게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고, 삶을 가꿀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어느 잡지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남자들이 제일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싶은 대상’으로 ‘놀랍게도’ 조강지처를 첫 번째로 꼽았다고 한다. 그냥 조강지처가 아니라, 항상 ‘웃는 얼굴’에 ‘이해심 깊은’ 조강지처라는 것이다. 여자들 짐작에 남자들은 잡지에 나오는 멋진 몸매의 글래머들을 선호할 것 같은데, 그런 여자들은 왠지 ‘어색하고, 겁나서 싫어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니까 Dirty Old Woman이 되세요!”라고 그녀는 외쳤다. 여성이 성(性)에 대해 진정 눈뜨는 시기는 40대부터이며, 따라서 성문제에 관한 한 유난히 폐쇄적인 우리네 사고를 과감히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성이 성생활을 통해서 자신의 몸이 느끼는 희열에 충분히 취하는 시간은 남성에 비해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전체적인 성의 발달 단계에서도 여성은 중년의 시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절정에 달한다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의학상식이다.
그 날의 강연 요지는 ‘제2의 성인기(成人期)’에 접어든 여성들이 성문제 뿐만 아니라 자신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진정한 ‘자아성취와 사랑법’을 터득한다면, 남편과 좋은 친구가 되어 아름다운 노년을 가꿔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중년의 위기를 겪는 남자들이 불안하고 약하다고 느낄 때 여성들은 귀찮아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그들의 포근한 둥지가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기 인생을 자신이 디자인해서 공부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 그 날 강연을 한 그녀 자신이 모범이었다. 6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공부에 매달려 남편이 남기고 간 빈 자리를 메울 수 있었다고 그녀는 고백했다. “무슨 일이든 닥치면 공부하세요. 공부하는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날 그녀는 육감적인 몸매에 대단히 세련된 검은 정장을 입고 나왔다. 중년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을 뜨겁게 발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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