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궁설민의 남과여]
▶ <공동경비구역 JSA>의 이병헌
멋있는 터프가이 같은 미화된 역할을 주로 해 온 이병헌이 이번에는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좋은 배역을 맡았다. 미남이나 영웅이 아닌 평범한 이 시대의 보통 청년이 된 그는 이 평범함을 통해 민족 분단의 비극을 가슴 저리게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그는 용감한 병사가 아니라 오히려 겁 많고 얼띤 데가 있는 군인이다. 용변을 보다가 일행을 놓치고 허둥대다 지뢰를 밟았을 때, 그리고 북한 경비병들이 그를 발견했을 때 그는 두려움으로 징징대며 살려달라고 애걸한다. 이 때의 이병헌의 표정은 코믹할 정도로 반영웅적이다. 애처롭다 못해 우스꽝스러운 그의 모습은 남북한 병사 간의 인간적인 엮임을 자연스럽게 여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자기를 구해준 북쪽 경비병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며 어울리는 그는 순순하고 따뜻하며 귀염성마저 있는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군인 이전의 한 청년으로서의 자연스러움에 가깝다.
그러나 사건이 난 후의 그는 정반대로 침울하고 어두운 색조를 띈다. 넋이 빠진 듯 멍한 시선은 그가 겪은 비극의 무게를 짐작케 한다. 그리고 라스트 부분에 가서 모든 진실이 밝혀질 때 예상치 못한 비극적 결말을 맺는 그의 비장한 연기에는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그것은 인간적인 자책감 이상의 무거운 분단의 비극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이병헌은 이렇게 코믹한 푼수 연기로부터 비장한 연기에 이르는 그의 캐릭터를 무리없이 잘 소화해내고 있다. 멋진 폼이 아니라 인간을 보여주는 내면적 표현에 그가 많이 접근했음을 느끼게 하는 연기인 것이다.
유난히 큰 입과 웃을 때면 ‘좌악’ 드러나는 하얀 옥수수 이빨은 이 영화에서 가장 코믹한 표정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제 그는 시원스러운 마스크와 늠름한 체격을 가진 미남에 머무르지 않고 연기다운 연기로 진입하게 됐다.
<내 마음의 풍금>에서 보여준 힘빼기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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