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며칠 남지 않았는데도 거리 분위기가 예년 같지 않다. 캐럴도 적고 선물 고르는 인파도 별로고. 경기가 최악이라고 떠드는 언론의 엄살 탓도 있는 것 같다. 상황은 직시해야겠지만 지나치게 얼어붙게 만드는 보도는 지양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나 저나 올해 성탄은 과연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수 있을까? 예보로는 가능성도 있다는데, 좋아하는 사람과 낯선 곳에서 폭설로 감금되는 상상을 한번 해 보시라. 카드 속 풍경처럼 교회의 첨탑을 빼고는 온 마을이 눈에 잠겨버리는 그런 상상을 .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대표작 <설국>처럼 기차 터널을 빠져나오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의 설경이 펼쳐지는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설국>에서는 도시의 지식인인 남자가 눈이 많이 오는 온천장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묘한 분위기의 게이샤와 만나 겪는 심리적 풍경들을 탐미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미국의 작가인 랜스모로도 이 시대의 바쁜 사람들을 위해서 폭설이 내려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던 사람들이 눈 속에 갇혀 전기도 없는 곳에서 기름 램프 아래 책 읽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게 작가의 말이다.
뭐, 꼭 폭설에 갇히지 않더라도 이번 성탄절 연휴에는 아무 생각 없이 끌리는 책만 읽어도 좋을 듯하다. 읽다가 졸리면 잠들고 그러다 출출해지면 피자나 자장면을 시켜 먹기도 하는, 대단히 자유롭고 느긋한 성탄절 말이다.
그러나 그것도 싱글들 이야기일 게다. 생각해 보면 크리스마스는 기혼보다는 미혼들에게 어필하는 휴일인 셈이다. 그것도 애인이 있는 미혼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팔짱을 끼고 밤새도록 거리를 쏘다니다가 포장마차에서 뜨거운 우동 국물을 음미하고, 명동성당의 자정 미사에서 두 사람의 앞날도 기원해 보고, 그녀를 데려다 주는 새벽 골목길에서 기습적인 키스의 추억도 만들어보는..
재미있는 것은 싱글의 70% 정도가 크리스마스 이브를 홀로 보낸다는 조사 결과이다. 의외의 수치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외로운 싱글들이 많다는 얘기니까, 성탄절에 애인 하나 없다고 실망하시지 말기를. 비슷한 처지의 싱글들이 속된 말로 널려있으니까.
자 , 그렇게 외로운 싱글들을 위해 이 애정당 당수께서 한마디 합니다요! 천생연분은 완벽한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라, 단지 내 사람으로 적당하다는 의미이고, 아무리 해도 적당한 상대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자기에게 맞지 않는 사람을 찾고 있다는 뜻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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