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영화를 보는 건 신나는 일이다. 어른들은 무감하게 넘기는 장면에도 아이들은 자지러지게 웃거나 환호하며 다이나믹하게 이미지와 소통하기 때문이다. 하품과 슬픔, 웃음은 전염된다고 하는데, 아이들 웃음소리를 옆에서 듣다 보면 나도 어느새 덩달아 웃게 된다. .
아이들과의 영화보기에 맛을 붙인 후 나는 아이들 대상 가족용 영화는 어떤 수를 내서든지 함께 보도록 시간을 내곤 한다. 행동을 잘해야 ‘치킨 런’ 을 보여준다고 며칠동안 아이들 앞에서 분위기를 잡은 후 드디어 20일 극장으로 갔다.
’월레스와 그로밋’ 을 비디오로 수십번 보아서인지 아이들은 이 유머러스한 치킨을 금새 알아본다. 살벌한 계란농장이 엽기적인 치킨파이 공장으로 변하는 것을 계기로 닭들의 자유를 향한 엑소더스 과정이 우여곡절 속에 펼쳐진다.
악당과 선인, 아니 착한 닭의 대립구조는 누가 봐도 뻔한 것이지만, 탈출전략을 모의하는 과정이나 마침내 설계도를 기초로 비행기까지 만들어내는 닭들의 과학적 사고가 보는 이의 허를 찌른다.
아마도 이쯤에서 산업혁명을 일으킨 영국인의 후예, 로빈슨 크루소를 가진 나라에선 기계만들기가 식은죽 먹기처럼 일상화한데 감탄하게 된다.
큰 애는 특히 닭들이 만든 이 어설픈 수동 비행기가 좌충우돌하며 이륙해서 마침내 할리우드 대형 액션영화에나 나올 법한 공중 격투신에서 환호성을 올린다.
다른 영화에서도 빠른 액션장면만 나오면 좋아하는 큰 애의 신나하는 얼굴을 보노라면 ‘톰과 제리’식 액션이야말로 영화보기 재미의 핵심이 아닌가, 하는 느닷없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은 그림일기에 나는 수탉 록키를 그려 놓고는 그 밑에 " ‘치킨 런’은 좋은 영화"라고 써넣었다. "왜 좋은 영화니?" 라고 묻자, 대답인즉, "재미있으니까" 이다. 나도 물론 동의한다.
동료애와 약자의 단결정신, 모험심과 과학적 사고, 관습 파괴적인 사고등... 누구에게나 인생을 사는데 필요한 주요한 덕목을 자연스럽게 담고 있는 이 점토 에니메이션을 아이들과 보는 건 좋은 경험이다.
/유지나<동국대 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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