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해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메인주 아케디아공원의 캐딜락산에 올라 새해 아침을 맞노라면 그리스의 신 야노스처럼 지난해와 새해를 함께 보며 삶을 생각하게 된다.
서울서 명문대를 나온 후 약속된 장래를 마다하고 이민와 어려움을 극복한 끝에 경제적으로 성공한 부부들이고, 또 주위의 부러움을 사며 일요일이면 교회 찾는 일을 잊지 않는 ‘일’밖에 모르는 성실한 분들이 직업상의 일로 지붕에 오르다 떨어져 중상을 입고 지금 이 시간에도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 60줄에 가까운 두 가정을 생각한다. 어린 시절 전쟁의 와중에서 경험한 물질적 결핍의 어려움이 몸에 배인 사람들에겐 근면한 이민생활의 댓가로 얻어진 부를 즐기고 여가를 선용하는 것이 정녕코 희열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자신과 가족은 물론 이웃에게도 근심을 안겨주는 이 두 가정의 불상사가 본인들이 말하는 ‘신의 뜻’이라기 보다는 안전에 대한 불감증에서 비롯된 인간의 실수인 것이고 예방할 수 있는 이런 불행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 과욕은 나태 못지않게 위험한 것이어서 때로는 값비싼 댓가를 치루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 못하는 사람들, 근면으로 얻어진 재물이 그것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것을 잊고 사는 사람들, 불필요한 걱정은 몸에 해악이 된다는 것을 인식 못하는 사람들, 여가를 갖고 선용하는 생활이 게으름으로 비쳐지는 청교도의 팔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종종 따라다니게 마련인 것이다.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우리는 국제화된 제복을 입고 가공식품을 데워 먹으며 편리한 이기로 가득찬 집에 살면서 잉여시간을 갖게 된다. 노동은 가벼워지고 일하는 시간은 짧아지며 의학의 발달로 건강을 유지하며 직업에 좀 더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있음은 현대인의 행운이다. 그러나 나이가 이순의 60에 이르러 자신의 거울을 보면 거기에는 한 노인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쯤이면 달리던 걸음을 조절하고 한번쯤 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며 개미 보다 베짱이의 설교에 귀를 기울이고 차 있는 지갑의 돈을 꺼내쓰는 즐거움의 시간을 마련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행히 뉴욕은 많은 것이 준비돼 있어 연중 색다른 예술에 접할 수 있고 각종 박물관이나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그치질 않으며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골프장도 많아 즐거움을 더해준다. 취미를 같이 하는 사교모임을 찾고 휴가를 얻어 여행도 즐기며 사진을 찍거나 그림도 그리며, 독서로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접해보며 생업분야의 전문저술을 위한 준비도 해 볼 것이며 정원과 화초를 가꾸며 여유있는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자연의 섭리에 무력할 수 밖에 없는 우리가 제한적 삶을 살면서 직업의 순교자가 될 필요까지야 없겠기에 새해에 어울리는 여가 선용을 권유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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